올 시즌 KIA 타이거즈는 기대 이상의 성적을 내고 있다. 시즌 전까지만 해도 최하위권에 머무를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다. 하지만 KIA 선수들은 집중력을 보이며 5강 싸움을 벌이고 있다. 그 안에는 쏠쏠한 활약을 펼치고 있는 베테랑들이 있다. 내야수 김민우(36)도 그 중 하나다.
KIA가 하위권으로 예상됐던 이유는 주전 키스톤 콤비 김선빈-안치홍이 나란히 군 입대했기 때문이다. 시즌 초반엔 강한울, 최용규 등 새 얼굴을 내야에 세웠다. 나름 빈자리를 잘 메웠으나 부진, 부상 등으로 풀타임을 뛰지 못하고 있다. 악조건 속에서 프로 14년차 베테랑 내야수 김민우의 활약이 돋보였다. 올 시즌 성적은 56경기서 타율 3할6리 3홈런 6도루 21타점 17득점. 매번 주전으로 나선 것은 아니지만 내야 전 포지션을 소화하며 팀에 큰 보탬이 되고 있다.
김민우는 올 시즌 활약의 이유 중 하나로 ‘자신감’을 꼽는다. 그는 “이전에 비해 딱히 달라진 건 없다. 달라진 건 왼발이 오픈됐던 스탠스가 조금 닫혔다”면서도 “특별히 달라지진 않았다. 자신감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김민우는 “경기에 나가서 결과가 좋다 보니 자신감이 생겼다”라고 덧붙였다. 올 시즌 1개뿐인 병살타도 자신감의 원동력이 되고 있다. 김민우는 “병살타가 1개밖에 안 나오고 있다. 그러다보니 주자가 1루에 있어도 ‘병살타가 더 나와 봐야 본전이다’라는 생각으로 친다. 이전과 달리 마음 졸이는 일이 없다”라고 설명했다.

지난 5월 13일 광주 kt전도 김민우에게는 잊지 못할 날이다. 그날 경기에서 김민우는 손등 부상을 당한 최용규 대신 선발 2루수로 출전했다. 그리고 팀이 6-8로 뒤진 10회말 2사 1,2루에서 장시환을 상대로 극적인 끝내기 스리런포를 날렸다. 김민우의 생애 첫 끝내기 홈런이기도 했다. 김민우는 “그 계기로 자신감을 얻어 지금까지 온 것 같다”면서 “다음 날도 3안타를 쳤다. 그렇게 상대 팀과의 기 싸움에서 이기면서 자신감이 많이 생겼다”며 미소 지었다.
제 2의 야구 인생을 만들어준 KIA는 김민우에게 특별한 의미다. 김민우는 “안 좋게 팀을 옮겼는데 그걸 많이 보듬어준 팀이다. 팬 분들도 많이 아껴주신다. 밖에 나가더라도 많이 알아봐주시고 따뜻한 말 한 마디를 해주신다. 사랑을 많이 받고 있는데, 그에 대해 조금이라도 보답을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팀 분위기도 그 어느 때보다 좋은 상황. 그는 “감독님께서 항상 밖에서 뭐라 하든, 안에서 만큼은 우리끼리 뭉치는 걸 원하신다. 우리가 생각했던 플레이만 하면 된다. ‘못 하는 건 어쩔 수 없지만, 안 하는 건 안된다’라고 말씀하시는데, 우리가 그것만 잘 지켜주면 된다고 생각한다”라고 전했다.
14년차 베테랑으로 어린 선수들에게 조언도 아끼지 않는다. 김민우는 “내야에 어린 선수들이 많다. 지금 당장 결과가 안 좋다 해서 이게 다가 아니라는 생각을 가졌으면 좋겠다. 앞으로 5~10년 이상 야구를 해야 하는 선수들이기 때문에 목표를 향해 가는 과정에 있다. 점차 발전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중요하지, 당장 성적이 안 좋다고 실망하지 않았음녀 좋겠다. 미래를 볼 줄 아는 후배들이 됐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또 하나 강조하는 건 ‘힘’의 중요성. 김민우는 직접 어린 후배 박찬호에게 웨이트 트레이닝에 관련된 책을 선물하기도 했다. 그는 “지금 후배들은 힘이 부족한 편이다. 힘에 대한 중요성을 많이 알았으면 좋겠다. 기술을 뒷받침하는 건 체력과 힘이다. 아직은 기본 체력이 부족한 것 같다”면서 “찬호한테도 관련 책을 사줬다. 무작정 웨이트 트레이닝을 하라는 게 아니고 지식이나 방법 등을 제대로 운동하라고 사줬다”라고 설명했다.
올 시즌 김민우는 팀의 성적만을 바라보고 있다. 그는 “개인적인 목표는 없고 팀이 포스트시즌에 진출했으면 좋겠다”라고 말한다. KIA 선수들 모두 같은 마음으로 5위 싸움을 바라보고 있다. 김민우는 “물론 실수도, 병살타도 나올 수 있다. 야구는 3할이면 잘 치는 선수라고 하는데, 반대로 이야기 하면 7번은 실패하는 경기다. 당장 못했다고 좌절하지 않고 앞에서 못해주면 뒤에서 해주는 경쟁력 있는 팀이 됐으면 좋겠다. 그렇게 해서 포스트시즌에 가고 싶다”며 굳은 의지를 내비쳤다. 개인보단 무조건 팀을 생각하는 모습에서 14년차 베테랑의 진면모를 볼 수 있었다. /krsumin@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