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 당시까지만 해도 모든 것이 물음표 투성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모두가 ‘대박’이라는 단어를 논한다. 불과 6개월 사이에 현지의 시선을 확 바꿔버린 강정호(28. 피츠버그)가 이제는 피츠버그라는 함대를 이끄는 선장이라는 극찬도 나왔다. 그만큼 팀에 미치는 영향력이 크다는 이야기다.
미 스포츠전문매체인 ESPN 산하의 스포츠 및 대중문화 평론 사이트인 ‘그랜트랜드’는 8일(이하 한국시간) 강정호에 대한 장문의 컬럼을 실어 관심을 모았다. “이제 강정호는 선장이 됐다”라는 제목의 이 컬럼은 강정호의 계약 당시 회의적인 평가부터 상황이 완전히 뒤바뀐 6개월을 추적했다. 결론적으로 ‘그랜트랜드’는 강정호가 기대 이상의 활약을 펼치고 있으며 피츠버그의 새로운 원동력이 됐다고 극찬했다.
‘그랜트랜드’는 강정호의 계약 초창기를 회고하며 의구심이 많았다고 소개했다. ‘그랜트랜드’는 “강정호의 계약 당시 지역 매체의 반응은 매우 냉소적(cynical)이었다. 심지어 피츠버그 전담 기자들도 그랬다. 강정호가 시범경기에서 27타석을 소화한 후, 피츠버그 포스트-가제트의 론 쿡은 피츠버그가 단지 많은 돈을 지출했기 때문에 강정호가 메이저리그에서 시즌을 시작하는 것에 불과하다고 논평했을 정도였다”고 떠올렸다.

실제 강정호는 시범경기에서 그렇게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주지는 못했다. 클린트 허들 감독 역시 강정호를 유격수·3루수·2루수에 고루 기용하며 주전보다는 내야 유틸리티 플레이어로서의 가능성을 점치는 모습이었다. 닐 헌팅턴 단장은 “마이너리그에서 시즌을 시작해야 한다”라는 현지 언론의 주장을 일축했으나 이런 모습은 오히려 “피츠버그가 쓴 돈이 아까워 강정호를 기용하려 한다”라는 억측을 낳기도 했다. 초반 분위기는 분명 우호적이지 않았다.
‘그랜트랜드’는 “당시까지만 해도 친숙하지 않은 리그와 나라에서 온 강정호의 적응력에 대해 우려하는 시선은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라고 지적하면서 “이제는 강정호의 능력이 드러났다. 더 이상 강정호는 알려지지 않은 선수가 아니다. 강정호는 자신의 가치를 증명하고 있는 케이스”라고 강정호의 역습을 이야기했다. ‘그랜트랜드’는 “대체선수대비 승리기여도(WAR)가 선수의 계약에 어떻게 적용되는지는 알 수 없지만, 팬그래프닷컴은 강정호가 2260만 달러의 가치가 있다고 분석한다. 4년 계약의 첫 4개월에 이뤄진 일”이라고 강정호가 피츠버그의 투자 이상의 성과를 보여주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랜트랜드’는 “강정호는 내야 어느 포지션에서도 뛸 수 있고 어느 타순에서나 안타를 만들어낼 수 있다. 왼손을 상대로 한 성적이 좀 더 낫지만 오른손 상대 성적도 좋은 편이다. 강정호는 내셔널리그의 벤 조브리스트가 되고 있다”라면서 강정호가 단기전에서도 충분히 팀 전력을 강화할 수 있는 카드임을 주장하기도 했다. 조브리스트는 내야 포지션은 물론 외야까지 소화가 가능한 만능 선수로 한정된 로스터에서 팀에 여유를 제공하는 가치가 큰 선수다. 피츠버그도 단기전에서 강정호를 이러한 목적에서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다.
컬럼 말미에서 ‘그랜트랜드’는 “강정호는 피츠버그 야수 중 승리기여확률(WPA)이 2위다. ‘그가 과연 팀 승리에 도움이 되는가?’라는 질문에 ‘앤드루 매커친을 제외한 다른 어떤 선수보다 그렇다’라는 답변을 할 수 있다”라면서 “3월 당시 강정호를 둘러싼 이야기는 모든 것이 바뀌었다. 8월에 이른 지금, 피츠버그에서는 누구도 그것을 바꿀 수 없다”라며 강정호의 확고한 입지를 강조했다. /skullbo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