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RA 11.78’ 세든, 열흘 뒤에는 나아질까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5.08.09 05: 50

호된 한국 복귀전을 연이어 치렀던 크리스 세든(32)이 결국 2군으로 내려갔다. SK로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이제 세든이 열흘이라는 정비 기간을 잘 활용하길 바라는 현실로 내몰렸다. 열흘 뒤, 혹은 그 이후 1군 복귀 무대에서 보여줄 세든의 모습에 따라 SK의 막판 5강 싸움 기상도 또한 달라질 전망이다.
SK는 8일 인천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kt와의 경기를 앞두고 세든을 1군 엔트리에서 말소했다. 2013년 KBO 리그 다승왕(14승) 출신인 세든은 지난 7월 타구에 맞아 팔목뼈에 골절상을 당한 트래비스 밴와트의 대체 외국인 선수로 다시 한국 무대를 밟았다. 여러 회의적인 시선이 있었지만 세든은 “몸 상태에는 문제가 없다. 구속도 정상이다”라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미국에서 새 외국인 선수를 데려오기는 어려웠던 상황, 그리고 한국무대 적응에 문제가 없는 세든의 환경도 고려가 됐다. 대만에 직접 건너 가 세든의 몸 상태를 직접 확인하기도 했다. 순식간에 타고투저로 바뀐 리그의 특성상 2013년 당시의 활약을 기대한 것도 아니었다. 그저 꾸준하게 5~6이닝을 소화하며 선발 로테이션을 무리 없이 소화해주길 바랐다. 하지만 세든은 그 기대치마저도 이르지 못했다. 고작 5경기 만에 한계가 드러나며 2군으로 내려갔다.

할 말이 없는 성적이다. 1군 5경기에서 1승3패 평균자책점 11.78이라는 최악의 성적을 냈다. 5경기 중 5이닝 이상을 소화한 경기는 딱 한 번이었다. 18⅓이닝 동안 피안타 29개, 피홈런 6개를 얻어맞았다. 문제는 구속보다는 제구였다. 세든의 구속은 130㎞ 후반대에서 140㎞대 초반이 나왔다. 2013년 당시와 크게 차이가 없었다. 그러나 좌우 코너워크가 뛰어났던 모습, 그리고 변화구의 제구가 일품이었던 모습은 온데 간데 없었다.
특히 주무기인 체인지업이 전혀 먹혀들지 않으며 난감한 상황에 이르렀다. 스트라이크존에서 아래로 떨어지는 세든의 체인지업은 우타자를 상대할 때 매우 효율적인 무기였다. 그러나 올해는 아예 높은 곳에서 높게 떨어지거나, 아니면 스트라이크존으로 떨어져 타자들의 완벽한 먹잇감이 됐다. ‘칠 가치가 없을 정도의 볼’이거나 ‘장타가 나오기 좋은 코스로 들어오는 공’이었다는 의미다.
다양한 분석이 나오고 있다. 투구폼이 무너졌다는 평가가 나왔다. SK도 앉아만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1일 LG전 패전(3이닝 4실점) 이후 세든의 체인지업 및 전체적인 기술적인 문제를 짚기 위해 코칭스태프가 머리를 맞댔다. 나름대로 개선이 이뤄졌다고 봤는데 그 개선 포인트가 7일 포항 삼성전에 나오지 않았다. 막상 실전 마운드에 오르자 나쁠 때로 돌아갔다. 결과는 2이닝 6피안타 4볼넷 7실점이라는 처참한 성적이었다. 원포인트 레슨으로는 잡기 쉽지 않은 문제임을 의미한다.
김용희 SK 감독은 이번 세든의 2군행에 대해 가장 중점을 둘 부분으로 투구 밸런스를 손꼽았다. 역시 밸런스가 흔들리다보니 제구가 안 되고, 변화구 등 다른 기술적인 부분에서도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었다는 진단이다. 2013년 당시에도 세든은 다소 거칠어 보이는 투구폼에도 불구하고 중심이동이나 밸런스는 비교적 일관적이었다. 안정적인 투구가 가능했던 배경이다. 하지만 지금은 들쭉날쭉하다. 열흘 동안 이 밸런스를 잡는 데 총력을 기울일 전망이다. 물론 뜻대로 안 된다면 2군에 있는 시간은 더 길어질 수도 있다.
세든이 1군에서 통할 수 있는 구위를 되찾아 돌아온다면 그나마 열흘이 아깝지 않다. 어차피 매일 이기는 것을 기대하는 건 아니다. 하지만 만약 복귀 후에도 난타를 당할 경우 SK로서는 치명상이 된다. 이미 세든의 수차례 조기 강판 때문에 불펜 소모가 극심했던 SK는 "이 상태라면 세든을 선발로 쓰기는 어렵다"라는 교훈을 얻었다. 선발·불펜에서 모두 활용이 까다로운 계륵이 될 수도 있다. 2군행, 그 후의 모습은 어떨지 귀추가 주목된다. /skullbo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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