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은 생소한 선발 라인업을 내세운 두산 베어스가 잠실 라이벌전에서 LG 트윈스에 설욕하며 한 주를 기분 좋게 마감했다.
두산은 9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15 타이어뱅크 KBO리그' LG와의 경기에서 선발 유희관의 역투와 7회말 공격에서 뽑은 8점을 앞세워 9-1로 승리했다. 전날 패배를 되갚은 3위 두산은 56승 43패가 됐다.
두산은 이날 익숙하지 않은 라인업을 들고 나왔다. 데이빈슨 로메로는 한국에 3루수와 1루수, 지명타자로 번갈아 나섰지만 타순만큼은 4번에 고정됐다. 하지만 이날은 평소와 달리 6번타자(1루수)로 선발 출장했다. 로메로가 영입되기 전 4번으로도 출전했던 김현수가 4번을 대신 맡았다.

그러면서 중심타선은 오재원-김현수-양의지로 구성됐다. 이번 시즌 2번 타순에는 정수빈이 가장 많이 배치됐지만 이날 경기를 앞두고 1군에 복귀했다는 점을 감안해 이 경기에서는 8번으로 출장했다. 두산은 민병헌-박건우로 이어지는 테이블 세터 카드로 LG에 맞섰다.
6회말까지 단 1득점에 그치는 등 두산은 LG 선발 류제국에게 눌렸으나, 바뀐 타순에서 득점이 생산됐다는 것은 긍정적인 부분이었다. 우선 선취점이 김현수에게서 나왔다. 5월 31일 수원 kt전 이후 첫 4번 선발 출장한 김현수는 4회말 선두타자로 타석에 들어서 류제국을 공략해 가운데 펜스를 넘기는 솔로홈런을 터뜨리며 기선을 제압했다.
7회말 8득점 과정은 위치를 바꾼 타자들이 만든 승리였다. 1사 후 김재호의 볼넷, 2루 베이스를 맞고 외야로 흘러나가는 민병헌의 행운의 안타로 1, 3루를 만든 두산은 박건우의 좌전 적시타로 1-1 균형을 깼다. 정수빈이 1군에서 말소된 뒤부터 2번으로도 자주 나왔던 박건우는 결승타의 주인공이 됐다.
그 뒤로도 득점 행진이 계속됐다. 바뀐 투수 진해수의 폭투에 민병헌이 홈을 밟으며 박건우는 3루까지 갔고, 올해 3번으로 단 24타수밖에 소화하지 않은 오재원이 좌전 적시타로 박건우를 불러들였다. 그리고 김현수의 중전안타까지 나왔고, 2사 후 이동현의 폭투로 3루까지 간 오재원은 김현수가 런다운에 걸렸을 때 홈으로 파고들며 멋진 슬라이딩으로 최경철의 태그를 피해 귀중한 1점을 더 안겼다.
두산의 득점은 멈추지 않았다. 2사에 로메로와 허경민이 역속 볼넷으로 출루해 만루가 되자 정수빈이 외야 좌중간을 가르는 3타점 3루타로 주자를 싹쓸이했다. 그리고 김재호의 중전 적시타로 9-1까지 달아났다. 최근 맹타를 휘두르고 있는 오재일이 벤치에서 휴식을 취했음에도 두산은 활화산 같은 공격력을 일시에 집중시켰다. 자리를 바꾼 타자들이 제 몫을 해준 덕이었다. /nick@osen.co.kr
잠실=김경섭 기자 greenfield@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