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에서 마무리 투수는 결과로 말하는 대표적인 보직이다. 과정이 다소 어려워도 팀의 승리를 지키면 절반 이상은 합격이다. 반면 아무리 과정이 좋아도 자칫 한 방에 팀 승리를 지키지 못한다면 실패한 임무가 된다. 한신도 그런 측면에서 오승환(33, 한신)을 바라보고 있다. 2년 연속 30세이브 이상을 기록한 팀 수호신에 대한 굳건한 믿음이다.
오승환은 9일 요코하마 스타디움에서 열린 요코하마 DeNA 베이스타스와의 경기에서 3-0으로 앞선 9회 등판, 1이닝 동안 2실점했으나 가까스로 팀 승리를 지키고 시즌 32번째 세이브를 따냈다. 8월 들어 두 번째 세이브. 평균자책점은 3.08로 올랐지만 일단 팀 승리를 지켰다는 측면에서 안도의 한숨을 쉴 만한 한 판이었다.
경기 내용이 그렇게 좋지는 않았다. 마무리로서는 가장 여유가 있을 법한 비교적 3점차, 3아웃 상황이었다. 그러나 선두 마쓰모토에게 내야안타를 주면서 경기가 어렵게 풀려 나갔다. 이어 가지타니에게 2루타를 맞고 1점을 내주더니 이어진 1사 3루에서는 로페즈에게 적시타를 맞고 턱밑까지 쫓겼다.

그러나 더 이상의 실패는 없었다. 차분히 호흡을 가다듬은 오승환은 까다로운 타자인 발디리스, 그리고 대타 미야자키를 범타로 요리하고 팀 승리를 지켰다. 안타 한 방이었다면 끝내기 주자까지 나갈 수 있었다는 점에서 오승환의 강한 심장이 돋보였다. 2실점하며 아슬아슬한 상황이 만들어지긴 했지만 팀의 승리를 지켰다는 점에서 마무리의 본질적 목표는 달성한 셈이다.
와다 유타카 한신 감독도 마찬가지의 생각이었다. 와다 감독은 9일 경기가 끝난 뒤 일본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어렵게 경기를 마무리한 오승환에 대한 질문을 받았으나 큰 문제가 없다는 생각을 드러냈다. 와다 감독은 “어쨌든 (우리 팀에서) 마무리를 지어야 할 선수는 오승환이다. 중간 과정에서 여러 일이 있어도 1점을 지키며 이겼으니 좋은 것이다”라고 이날 부진에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다.
이어 와다 감독은 “오승환의 문제가 아니라 요코하마의 끈기가 돋보였다”고 오히려 옹호했다. 경기장 규격이 큰 편은 아닌 요코하마 스타디움은 한 방으로 경기 분위기가 좌우되는 경우가 적지 않은 경기장. 와다 감독은 “9회에 그 정도로 끈질기게 싸운 것도 쉬운 일은 아니다”라며 오승환의 부진보다는 상대의 집중력을 칭찬했다.
2실점하기는 했지만 오승환은 32세이브를 기록, 센트럴리그 구원 선두 자리를 지켰다. 지난해 자신의 세이브 기록(39세이브) 경신을 향해 한걸음씩 나아가고 있는 모습이다. 여기에 일본프로야구 역사상 한 시즌 최다 세이브 기록인 46세이브(2005년 이와세 히토키, 2007년 후지카와 규지)도 욕심을 낼 수 있는 산술적 범주 안에 들어왔다. 무더운 여름, 구위를 잘 가다듬으며 주어진 기회를 최대한 살린다면 시즌 막판 대업을 이루지 말라는 법도 없다. /skullbo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