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희관 20승과 국가대표, 이젠 꿈이 아니다
OSEN 조인식 기자
발행 2015.08.10 06: 05

유희관(29, 두산 베어스)이 두 가지 대업에 다가서고 있다. 본인 스스로 목표로 삼고 있다고 말하지는 않았지만, 어느덧 15승으로 20승에 5승만 남기고 있고, 프리미어12 국가대표팀에 승선할 후보로도 거론되고 있다.
지난해 앤디 밴헤켄(넥센)이 20승을 거둔 바 있지만, 국내 선수로 한정하자면 2003년 정민태(당시 현대) 이후 20승 투수는 아직 나오지 않고 있다. 선발 20승이라는 체로 한 차례 더 걸러내면 1995년 이상훈(당시 LG)이 마지막이다. 토종 좌완 20승의 주인공 역시 이 해의 이상훈 이후 지금까지 없다.
두산이 현재 45경기를 남겨두고 있어 유희관은 선발 로테이션을 거르지 않을 경우 9회 정도 선발로 등판할 수 있다. 22경기에서 15승을 거뒀기에 지금의 페이스가 이어진다면 산술적으로는 20승이 가능해 보인다. 하지만 현재 좋지 않은 발목 상태를 비롯한 여러 변수들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아직 유희관은 이에 대해 별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지 않다. 지난 9일 잠실 LG전에서 15승을 거둔 직후 20승에 대한 생각을 물었을 때 유희관은 "욕심은 아직 없다"고 한 뒤 "20승을 하면 좋겠지만 그러면 다음 시즌에 10승을 해도 부진하단 소리를 들을 것 같다"고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답했다.
20승에 대한 구체적인 생각이나 목표가 없는 이유는 자신의 기록 중 이닝을 가장 중요하게 여기기 때문이다. 유희관은 "(선발 로테이션을 거르지 않고 계속 등판해) 이닝을 더 늘리고 싶지만 (정규시즌의) 승부처와 포스트시즌이 남아 있기에 발목 상태를 지켜봐야 한다"고 말을 이었다. 유희관에게는 부상 방지 다음으로 중요한 것이 많은 이닝 소화다.
이것이 핵심이다. 유희관이 빠른 시점에 15승을 달성할 수 있었던 것은 늘 마운드에서 긴 이닝을 끌고 간 덕분이다. 9일 유희관은 투구 수가 101개였던 7회초에도 마운드에 올라 1이닝을 더 막았고, 1-1로 맞서고 있던 두산이 7회말 8득점해 9-1로 이기며 승리를 챙겼다. 일반적인 투수들처럼 100개를 넘겼다고 해서 투구를 마쳤다면 승패 없이 물러난 경기가 됐을 것이다. 많은 이닝을 책임지겠다고 하는 것은 승패가 결정되는 시점까지 마운드에 머무르겠다고 다짐하는 것과 같다.
국가대표의 경우 본인의 의사가 반영되지는 않는다. 김인식 감독과 기술위원회가 원한다면 응해야 하는 것이 선수들의 임무다. 유희관의 대표팀 선발 여부를 지금 알 수는 없지만 다승 선두를 배제한 대표팀을 꾸린다는 것은 상상하기 힘들다. 유희관은 "최근 한 일본 언론에서도 프리미어12에서 일본과 만날 한국 대표팀 투수 후보라며 날 인터뷰하러 오기도 했다"고 밝혔다. "과연 내가 뽑히겠느냐"며 손사래를 쳤지만 유희관은 이제 일본에서도 관심을 갖는 투수가 됐다.
일단 국가대표 유니폼에 대한 흥미는 가지고 있다. 유희관은 "공이 느려서 도움이 될 수 있을지 모르겠다. 내 공을 던졌을 때 어떤 결과가 나올지 궁금하다고 다른 선수들이 많이 얘기하는데, 나도 궁금하다"라고 호기심을 나타냈다. 확실히 흥미로운 매치업이다. 이미 국내에서는 더 검증할 무대가 남지 않았기 때문이기도 하다. /nick@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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