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팀이 위기라고?".
한화에 8월은 위기의 계절이다. 지난달 31일 리드오프 이용규가 종아리 근육 파열로 이탈하며 최소 한 달을 뛸 수 없게 된 상황, 가뜩이나 지친 마운드까지 위기감이 고조됐다. 8월 첫 6경기에서 1승5패로 시작하며 6위로 떨어진 한화의 위기론은 현실이 되는 듯했다. 그런데 지난 주말 롯데 상대로 홈 2연전을 모두 승리하며 5위에 복귀, 다시 반등의 계기를 마련했다.
시즌 내내 계속되고 있는 한화의 위기론을 온몸으로 거부하는 이가 바로 정근우(33)다. 그는 이용규가 빠진 뒤 3번에서 1번으로 이동, 변함없이 날카로운 타격감으로 한화 공격을 이끌고 있다. 지난 6일부터 1번타자로 나선 뒤 4경기 15타수 8안타 타율 5할3푼3리 1홈런 3타점에 볼넷 5개를 더해 출루율은 6할5푼에 달한다. 1번타자의 역할을 완벽하게 수행하고 있다.

정근우는 "우리 팀이 위기라고 하는데 모르겠다. 위기라면 위기 뒤 기회가 찾아온다. 솔직히 용규가 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만 없는 걸 어떻게 하겠는가. 아쉽지만 현실을 받아들여야 한다"며 "용규가 없는 동안에도 지금 선수들로 버텨야 한다. 우리 선수들이라면 충분히 버틸 수 있다. 최대한 잘 버티다 용규가 돌아오면 그때부터 쫙 치고 올라갈 수 있다. 용규랑 엊그제 통화했는데 생각보다 빨리 좋아지고 있다고 한다. 지금 선수들이 최대한 잘 버티기만 하면 된다"고 거듭 강조했다.
위기 뒤 기회는 올 시즌 정근우의 행보를 의미하기도 한다. 2월 중순 스프링캠프 연습경기 도중 턱 부상을 입는 바람에 시즌 준비에 큰 차질을 빚은 정근우는 4월22일에야 시즌 첫 경기를 치렀다. 턱 부상에 따른 훈련 부족과 실전 감각 저하 때문에 한참을 헤맸다. 5월까지 34경기 타율 2할1푼5리 2홈런 14타점은 정근우의 명성과 기대치에 한참 모자란 성적이었다.
하지만 6월(.333·2홈런·21타점) 7월(.353·13타점) 점차 타격감을 끌어 올리더니 8월 8경기에서 27타수 13안타 타율 4할8푼1리 1홈런 3타점으로 폭발하고 있다. 6월 이후에만 타율 3할6푼4리, 출루율 4할5푼4리, 장타율 5할6리, OPS .960에 달한다. 지난 9일 대전 롯데전 역전 결승 투런 홈런 포함 3안타와 함께 시즌 타율도 처음으로 3할대(.303) 진입에 성공했다.
83경기 만에 이뤄낸 시즌 첫 3할, 바닥까지 찍는 위기를 딛고 일어섰기에 의미가 크다. 정근우는 "솔직히 초반에는 많이 힘들었다. 타석에 나가는 게 두려웠을 정도였다"고 고백했다. 시련을 이겨내는 방법은 결국 훈련뿐. "그럴수록 훈련을 더 많이 해야 한다. 어차피 우리 팀이 하는 훈련량 자체가 적은 게 아니기 때문에 그속에서 찾으려 했다"는 게 정근우의 말이다.

시즌 첫 3할 등정에 정근우의 기분도 남달랐다. 그는 "앞에 3이라는 숫자가 올해는 새겨질 수 있을까 생각했는데 새겨졌다"며 웃은 뒤 "여기서 만족보다 더 위로 올라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작년에도 시즌 중반까지 3할을 치다 마지막에 못 쳤다. 올해는 자만하지 않고 끝까지 집중력 유지해서 3할을 치겠다"고 다짐했다. 위기를 기회로 삼으며 지난해보다 더 높은 타율을 찍고 있는 정근우, 그의 말대로 한화도 8월 위기를 기회삼아 더 강한 팀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