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G 무실책' 주현상, "400개 펑고 그 이후…"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5.08.10 06: 13

한화 수비가 확 달라졌다. 후반기 17경기에서 실책 4개로 10개 구단 중에서 가장 적다. 특히 내야진이 안정돼 있는데 신인 3루수 주현상(23)의 존재를 빼면 설명이 되지 않는다. 
주현상은 후반기 들어 절정의 수비 감각을 자랑하고 있다. 강한 타구를 몸으로 막아내는 것은 기본이고, 느린 타구도 빠르게 대시해서 러닝스로로 처리한다. 빠른 반응 속도와 강한 어깨로 무결점 수비를 자랑한다. 프로 첫 해 신인이라곤 믿기지 않는 안정감을 갖췄다. 
지난해 가을 오키나와 마무리캠프 때부터 수비를 인정받아 김성근 감독의 눈에 든 주현상은 고치·오키나와 스프링캠프까지 소화하며 기량이 일취월장했다. 주전 3루수 송광민과 김회성이 차례로 부상을 당하며 전열 이탈한 사이 주현상이 선발 3루수로 57경기를 뛰었다. 

주현상의 수비에 고비가 없었던 건 아니다. 7월이 되며 체력적으로 지쳤는지 수비가 흔들렸다. 특히 지난달 9일 대전 두산전에서 실책을 저지른 직후 교체됐고, 경기 후 나머지 펑고를 받았다. 김성근 감독이 직접 한 박스 반으로 400개의 펑고를 주현상에게 1대1로 쳐줬다. 
공교롭게도 그 이후로 주현상은 예의 견고한 수비력으로 돌아왔다. 23경기에서 실책이 단 1개. 지난달 14일 청주 롯데전부터 20경기 연속 무실책 행진을 벌이고 있다. 올해 시즌 7실책을 기록하고 있는 주현상이 20경기 연속 무실책을 하고 있는 것은 처음. 수비에 물이 올랐다. 
주현상은 "공격을 못하니까 수비라도 잘해야 한다. 몸으로 막는 것도 크게 다치지 않는 이상 문제없다. 어깨가 좋은 편이라 내 앞에 공만 떨어뜨리면 된다"며 "안 좋은 시기엔 실수를 하지 안 하려다 보니 부담이 됐다. 이젠 마음 편하게 공 오면 잡으면 된다는 생각으로 한다"고 말했다. 
가장 큰 전환점은 김성근 감독과 야간 펑고 훈련이었다. 그날을 떠올린 주현상은 "진짜 죽는 줄 알았다. 처음에는 한 박스만 하는 줄 알았는데 거의 두 박스를 했다. 펑고를 시작할 때는 견딜 만했지만 400개를 받으니 뻗게 되더라"며 "펑고를 받은 이후 오히려 마음이 편해졌다. 훈련을 계속 하며 순발력도 좋아졌고, 공이 맞았을 때 스타트도 잘된다"고 이야기했다. 김성근 감독도 "지난달 초는 수비 훈련량을 줄인 시기였다. 주현상은 원래 수비가 장기인데 다리가 움직이지 않았다. 펑고를 쳐준 뒤 다시 좋아지고 있다"고 만족스러워했다. 
올해 갓 데뷔한 신인이지만 주현상은 선배들의 부상으로 교체보다 주전으로 나온 날이 더 많다. 아무에게나 찾아오지 않는 행운이다. 그리고 그 기회를 잘 살리고 있다. 그는 "첫 해부터 이렇게 많은 경기에 될 줄은 몰랐다. 체중도 2kg 빠지고 체력적으로 쉽지 않다"며 "경기를 뛸수록 자신감이 붙고 있지만 아직 멀었다"는 말로 스스로 채찍질했다. /waw@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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