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이상훈 코치 "기억 남는 경기? 50실점한 3연전"
OSEN 조인식 기자
발행 2015.08.10 06: 06

"우리 팀에는 서로 던지겠다고 안달난 투수가 많다"
두산 베어스 퓨처스 팀의 이상훈 투수코치는 선수들의 의욕을 칭찬했다. 의욕은 성장의 밑거름이 된다. 이 코치는 "자원이 많아야 선수가 나온다. 그 안에서 본인이 버티려 노력해야 한다. 우리 팀에는 서로 던지겠다고 안달난 투수가 많다. 안 쓰는 투수들에게 미안할 정도다. 투수가 없어서 코치가 선수에게 '네가 좀 던져줘야겠다'라고 하는 것과 선수가 먼저 '코치님, 제가 던지고 싶습니다' 하는 것은 크게 다르다"는 의견을 냈다.
그래서 이 코치는 강한 의욕을 보이는 선수에게 힘을 실어준다. 올해 두산의 퓨처스리그 개막전 투수는 이용호였는데, 코칭스태프가 정한 것이 아니라 선수 스스로의 선택이었다. "개막전 선발로 누가 나가겠냐고 물었을 때 용호가 손을 번쩍 들어서 개막전 선발을 이용호로 정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하지만 주목받지 못하는 환경인 퓨처스리그에서 선수들이 항상 활기찬 모습으로 기회를 기다린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외부 요인에 의해 사기가 저하될 위험은 항상 있다. 특히 잠시 1군에 올라갔다가 갈고닦은 기량을 미처 보여주지 못하고 내려오거나, 1군에 올라갈 기회가 좌절됐을 때 선수가 직면하는 상실감은 말로 표현하기 어렵다.
이에 대해 이 코치는 "누군가의 대체 전력이거나 다른 선수가 들어오기 전까지 자리를 채워주는 선수일 경우 본인들도 안다. 그래도 어차피 내려간다는 생각이 아니라 1~2경기라도 나를 보여주고 다시 내려와 퓨처스리그에서 세 손가락 안에 들어가는 투수가 된다는 생각으로 하면 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예로 든 것이 허준혁이다. 이 코치는 "사실 올해 1군에서 준혁이를 불펜투수로 쓰기 위해 올리려고 했다가 다른 선수가 올라가게 된 적이 있었다. 그때 준혁이도 마음이 아팠겠지만 1군에 올라갈 수 있다는 희망을 갖고 다시 자기 운동을 하더라"라고 술회했다. 그 시간을 이겨낸 결과 허준혁은 1군에 올라간 뒤 아직도 이 코치와 다시 만나지 못하고 있다.
선수의 발전에 있어 가장 큰 몫을 차지하는 것은 선수 본인의 노력이다. 그래서 이번 시즌 큰 성장세를 보인 허준혁의 성공을 온전히 이 코치의 공으로 돌리는 것은 선수에게 미안한 일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난해까지 좌완 스페셜리스트 정도로 한정된 임무만 수행했던 1.5군 투수가 1군에서 선발로 자리를 잡게 된 배경에는 지도자의 도움도 분명 있었다. 허준혁을 선발로 전환시키게 된 계기가 있었는지 묻자 이 코치는 "그냥 내가 하라고 했다"고 간단히 정리했다.
두산의 퓨처스리그 투수들, 혹은 퓨처스리그에 머물다 1군에 올라온 투수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이 코치는 의외로 투수들에게 농담도 많이 하고 먼저 장난도 건다. 100% 카리스마로만 채워졌을 것 같은 이미지와는 상반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이에 대해 본인은 "대외적인 이미지가 있어서 그렇지 나는 선수 때부터 늘 그랬다. 코치가 됐으니 달라져야겠다고 생각한 것은 없다"고 말한다.
그런 이 코치에게 이번 시즌 중 특별히 기억에 남는 경기가 있었는지 묻자 주저하지 않고 답이 돌아왔다. 그는 "kt와의 원정 3연전에서 50점 정도 줬을 때(실제로는 3경기에서 48실점)가 제일 기억에 남는다. 평소에 선수들에게 구장, 심판, 그라운드 상태에 대해 핑계대지 말라고 하는데, 성균관대 구장(kt 퓨처스 홈)은 타구가 잘 넘어가더라. 야단은 안 쳤다. 뭘 해도 안 되는 경기였다"라고 말하며 웃었다.
그 다음 대답이 더 인상적이다. "끝나고 선수들에게 '이번 3연전은 좋은 추억으로 생각해라. 나중에 오늘에 대해 얘기할 날이 있을 것이다'라고 말해줬다. 2003년 어느날 두산전에서 1이닝에 6~7실점을 한 적이 있다. '내가 이 얘기를 하려고 그때 그렇게 맞았나보다' 하는 생각도 들었다"라고 말할 때 이 코치의 표정은 옅은 미소를 머금고 있으면서도 사뭇 진지했다. 정말로 두산의 젊은 투수들이 kt와의 3연전 이야기를 웃으면서 할 날이 생길 수 있게 하는 것이 이 코치의 목표다. /nick@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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