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덕여호가 동아시안컵 준우승의 영광을 뒤로 하고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을 정조준한다.
윤덕여 감독이 이끄는 여자 축구대표팀(FIFA랭킹 17위)은 지난 8일(한국시간) 중국 우한 스포츠센터 스타디움서 끝난 2015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동아시안컵서 2승 1패를 기록하며 준우승을 차지했다.
쾌거였다. 그라운드에서 맞선 일본(4위), 북한(8위), 중국(14위)은 아시아를 넘어 세계의 강호다. 3국 모두 한국 보다 FIFA 랭킹이 높다. 일본은 올 여름 캐나다 월드컵 준우승국이다. 중국은 8강에 올랐다. 북한도 수 십년간 여자 축구의 강호로 군림해왔다.

윤덕여호는 최정예 전력을 구축하지 못했다. 지소연(첼시 레이디스), 박은선(이천대교) 등이 엔트리서 빠졌다. 유영아(현대제철)와 김혜영(이천대교), 윤사랑(화천 KSPO)은 대회를 앞두고 부상 낙마했다. 설상가상 핵심 요원들도 부상으로 신음했다. 월드컵에 이은 WK리그의 혹독한 일정 탓에 크고 작은 부상에 시달렸다. '캡틴' 조소현을 비롯해 전가을(이상 현대제철), 권하늘(부산상무) 등이 대회 시작부터 부상의 그림자를 지우지 못했다. 멀티 자원인 심서연(이천대교)은 중국전서 오른 무릎 십자인대 파열이라는 중부상을 입고 도중 귀국했다.
부상 악령에도 참 잘 싸웠다. 정설빈(현대제철)의 결승골을 앞세워 개최국 중국을 1-0으로 제압한 윤덕여호는 세대교체를 단행한 일본과의 2차전서 각본 없는 드라마를 상영했다. 전반 불운의 선제골을 내줬지만 후반 조소현과 전가을의 릴레이 골에 힘입어 2-1 역전승을 거뒀다. 최종전서 '천적' 북한(0-2 패)의 벽에 막혀 준우승에 만족해야 했지만 내용에서 합격점을 받으며 미래를 기대케 했다.
태극낭자들은 북한전을 눈물 바다로 만들었다. 북한에 갚아야 할 빚이 있었던 임선주와 골대를 때렸던 정설빈(이상 현대제철) 등이 하염없이 눈물을 쏟았다. 북한전서 한국 여자 축구선수로는 처음으로 센추리클럽(A매치 100경기 출전)에 가입한 권하늘도 "마음 아프고, 미안한 경기다. 축구 인생에서 기억에 남을 것 같다. 아쉽다"고 자책했다.
고개를 들고 박수를 받아 마땅한 윤덕여호다. 악조건과 강자들의 틈바구니 속에서 최선의 내용과 결과를 얻었다. 태극낭자들이 당당히 고개를 들어야 할 까닭이다.

이제 새 출발선에 섰다. 윤덕여호는 이듬해 2월 일본 오사카에서 열리는 리우올림픽 아시아예선에 참가한다. 동아시안컵 참가 4개국을 비롯해 호주 그리고 2차예선 1위팀 등 총 6개국이 2장의 출전권을 놓고 경합한다. 윤덕여호가 다시 축구화 끈을 질끈 동여매야 하는 이유다./dolyng@osen.co.kr
우한(중국)=박준형 기자 soul1014@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