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그 최고 타자를 향한 박병호(29, 넥센)와 에릭 테임즈(29, NC)의 경쟁이 한껏 달아오르고 있다. 서로를 존중하는 상황에서도 치열한 자존심 경쟁까지 피할 수는 없는 모습이다. 타격 여러 지표에서 선두를 다투고 있는 가운데 내년에는 두 선수를 모두 한국에서 볼 수 없을 것이라는 이야기까지 흘러나온다.
박병호와 테임즈는 최근 정상을 향해 잰걸음을 이어가고 있다. 거포의 자존심이라고 할 수 있는 홈런, 그리고 해결사의 진가가 드러나는 타점에서 선두 싸움을 벌이는 중이다. 9일 현재 박병호가 37개의 대포를 쏘아 올리며 홈런 부문 선두에 올라 있지만 테임즈(35개)가 사정거리 내에서 추격하고 있다. 타점에서는 나란히 101타점으로 리그 공동 선두다. OPS(출루율+장타율)에서는 테임즈(1.287)가 1위, 박병호(1.135)가 2위다. 대신 박병호는 최다안타(133안타) 부문 선두다.
두 선수 모두 절정의 기량을 과시하고 있다는 평가다. 박병호는 올 시즌 엄청난 장타력을 유지함과 동시에 정확도도 끌어올렸다. 9일까지 타율은 3할4푼4리다. 개인 최고 기록이었던 2013년(.318)을 무난하게 뛰어 넘을 기세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뒤에 배치됐던 강정호의 메이저리그(MLB) 진출로 집중 견제를 받고 있지만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연신 대포를 쏟아낸다. 한 단계 성장했다는 평가도 무리는 아니다.

테임즈는 역대 외국인 타자 역사를 새로 쓸 기세다. 타율·홈런·타점을 휩쓰는 ‘트리플 크라운’의 가능성이 가장 높은 선수이기도 하다. 3할7푼3리의 고타율을 유지하면서도 35홈런과 101타점을 기록했고 여기에 28개의 도루까지 추가해 30-30이 눈앞이다. 장타율은 무려 7할9푼8리로 역대 최고 기록에 도전하고 있다. 한국 무대 2년차를 맞이해 모든 부분에서 업그레이드됐다는 찬사를 받고 있다.
이런 두 선수는 올 시즌 뒤 KBO 리그를 떠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박병호는 MLB 도전에 대한 뜻을 드러내고 있다. 박병호는 올 시즌이 끝나면 포스팅시스템(비공개경쟁입찰)을 통한 해외 진출이 가능하다. 강정호의 성공으로 KBO 리그 출신 야수들의 가치는 1년 전에 비해 훨씬 더 뛰었다. 박병호의 장타력이라면 MLB에서도 일정 수준의 성적은 낼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무리는 아니다. 넥센 또한 박병호의 해외진출을 막지 않겠다는 방침이다.
내셔널리그 소속의 한 구단 스카우트는 “모든 선수가 그런 것은 아니지만 강정호의 성공으로 KBO 리그 야수에 대한 인식이 어느 정도 바뀌어가고 있는 분위기는 읽힌다. 박병호는 1~2년 잘한 선수가 아니다. 꾸준히 성적을 낸 선수로 숫자가 확실하다”라고 진출 가능성을 높게 점쳤다. KBO 리그에서는 이미 최고 자리에 오른 만큼 MLB 도전의 최적기라는 의견도 있다.
테임즈를 지켜보는 스카우트들의 눈도 바빠지고 있다. 테임즈는 이미 MLB 경력이 있는 선수다. 2008년 토론토의 지명을 받았고 2011년 MLB에 데뷔해 2012년까지 통산 181경기에서 타율 2할5푼, OPS 0.727을 기록했다. 다만 2013년 MLB 진입에 실패한 뒤 한국으로 건너 왔다. 하지만 스스로의 평가에서 볼 수 있듯이 한국에서 오히려 더 성장한 모습이다. 내년이면 만 30세가 되는 테임즈는 아직 신체적 능력이 떨어질 시기는 아니다. 오히려 1~2년 더 전성기에 있을 나이다.
미국보다는 일본에서의 관심이 큰 상황으로 알려졌다. 장타에 활발한 기동력까지 보여주는 테임즈는 일본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유형의 선수가 아니기 때문이다. 이미 몇몇 일본 구단은 테임즈에 대한 정보를 얻어 본국으로 돌아갔다. 일단 NC는 공식적으로 테임즈와의 다년 계약설은 부인하고 있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일본 팀들과의 머니 싸움이 불가피할 수도 있다. /skullbo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