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인욱이 올라와야 하는데…".
류중일 감독은 정인욱에 대한 아쉬움과 기대감이 공존했다. 2009년 2차 3순위로 삼성에 입단한 정인욱은 2010년 4승 2패 1홀드(평균 자책점 5.31), 2011년 6승 2패(평균 자책점 2.25)를 거두는 등 1군 마운드에서 확실한 눈도장을 받았다.
류중일 감독은 올해 전훈 캠프를 앞두고 "정인욱이 (FA로 이적한) 배영수의 공백을 메우는 게 가장 이상적인 시나리오"라고 말했다. 정인욱은 차우찬, 백정현과 함께 5선발 후보 경쟁을 펼쳤으나 시범경기 두 차례 등판을 통해 승패없이 평균 자책점 6.43으로 흔들렸다. 무엇보다 직구 최고 구속이 140km 초반에 머물렀다.

"몸이 완전히 만들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주변의 기대에 보답하기 위해 잘 해야 한다는 마음만 앞섰다"는 게 정인욱의 말이다. 퓨처스 무대에서 1군 복귀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어깨 통증이 재발했다. 공을 잡는 대신 부상 치료와 재활 훈련을 병행했다.
부상 악령과 사투를 벌였던 정인욱은 2일 상무전에 선발 출격했다. 5월 7일 LG전 이후 87일 만의 등판이었다. 4⅔이닝 9피안타(2피홈런) 1볼넷 3탈삼진 7실점(4자책). 투구 내용은 기대 이하에 가깝지만 통증을 전혀 느끼지 못할 만큼 상태가 좋았다. 직구 최고 146km까지 스피드건에 찍힐 만큼 구속이 향상됐다.
정인욱은 "현재 컨디션은 100%다. 어깨 통증도 전혀 없다. 앞으로 구속도 더 나올 것 같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양일환 퓨처스 투수 코치의 조언 속에 투구 준비 동작을 간결하게 바꾼 뒤 투구 밸런스가 좋아졌다. 정인욱에게 주변에서 기대보다 우려를 많이 하는 이유를 묻자 "계속 아파서 그런 게 아닐까. 항간에는 수술한다는 소문까지 나돌았다. 이젠 통증에서 벗어난 만큼 뭔가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류중일 감독은 9일 대구 넥센전을 앞두고 정인욱의 선발 출격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른바 죽음의 8연전을 치르는 동안 정인욱에게 한 차례 선발 등판 기회를 줄 전망. 2군 코칭스태프로부터 '정인욱이 많이 좋아졌다'는 보고를 받았던 류중일 감독은 "앞으로 한 번 더 던지고 목요일쯤 1군 선발 등판하면 좋은데 2군 경기가 계속 폭염 취소돼 경기 감각을 끌어 올리는데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삼성 투수 가운데 새 얼굴이 나와야 한다. 심창민 이후 1군 전력에 보탬이 될 만한 젊은 투수가 나오지 않는 게 현실. 퓨처스 투수 가운데 자원도 마땅치 않은 편. 한 관계자는 "4년 연속 우승과 신예 자원을 맞바꿨다"고 표현하기도. 일리있는 이야기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인욱이 류중일 감독의 기대 만큼의 모습을 보여준다면 그야말로 천군만마를 얻은 격이다. 정인욱 또한 입대 전과 달리 절치부심의 각오로 나서야 한다. 마냥 어린 나이는 아니다. 기회라는 게 늘 주어지는 게 아니라는 걸 잊어서는 안된다. 장차 삼성 마운드를 이끌 주역으로 평가받았던 정인욱이 부활의 날갯짓을 할 지 주목된다. /wha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