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에서는 1군 무대가 상상의 나래를 펴고 있었다. 경기 전, 자신의 이름이 선발 라인업에 적힌 모습이 생생히 그려졌다. 잠에서 깨도, 이 기억만은 오롯이 머릿속에 남아 있었다. 현실은 2군에 있었지만 그런 꿈 자체가 마냥 즐거웠다. 목표는 더 굳건해졌다. 그렇게 목표를 향해 열심히 땀을 흘린 결과 꿈은 현실이 됐다. SK 차세대 내야 자원으로 손꼽히는 최정민(26)의 특별한 하루 이야기다.
최정민은 9일 인천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kt와의 경기에 9번 2루수로 선발 출장했다. 동아대를 졸업하고 2012년 SK의 5라운드 지명을 받아 프로에 입문한 후 첫 1군 선발 출장이었다. 꿈에서 그리던 감격의 순간이었다. 경기 전 선발 출장 소식을 접해 들은 최정민은 얼떨떨한 표정을 지으면서도 “항상 꾸던 꿈을 이룬 날”이라며 설렘을 감추지 못했다.
최정민은 박계현과 함께 SK 퓨처스팀(2군) 내야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선수로 손꼽혔다. 맞히는 재질이 있고 특히 수비에서 장점을 보인다는 평가였다. 여러 포지션을 두루 소화할 수 있는 활용성도 지도자들로부터 높은 평가를 받았다. 발도 빨라 언제든지 베이스를 훔칠 수 있는 능력을 가졌다는 호평도 항상 따라 다녔다. 상무에서 군 복무를 마친 최정민은 올해 퓨처스리그 62경기에서 타율 3할1푼을 기록하는 등 1군을 향한 꿈을 착실히 키워왔다.

그러나 왕조 시절의 베테랑 내야수들이 1군에 버티고 있는 현실에서 좀처럼 기회는 잡히지 않았다. 올해도 시즌 초반 두 차례에 걸쳐 잠시 1군에 머물렀고 대주자로 1경기, 대수비로 1경기에 뛴 것이 전부였다. 9일 경기 전까지는 1군 타석 기록도 없었다. 그러나 베테랑 내야수인 박진만의 허리 통증으로 기회가 왔고 7일 1군에 재합류해 출전을 기다렸다. 그리고 선발 출장의 기다림은 그렇게 길지 않았다.
그래서 그럴까. 최정민은 “잠에서 깨도 1군 선발 출장의 꿈은 항상 즐거운 기분이 들었다. 오늘은 그 꿈을 이룬 날이니 그라운드에서 후회 없이 마음껏 즐기고 싶다”라고 포부를 밝힌 채 경기에 임했다. 각오답게 경기도 야무지게 했다. 비록 팀이 4-10의 대패를 당하는 와중에 묻히기는 했지만 최정민의 안정되고 가능성 넘치는 플레이는 하나의 위안이었다.
첫 타석에서는 안타를 신고했다. 4-4로 맞선 2회 주자 없는 상황에서 들어서 kt 선발 저스틴 저마노를 상대로 깨끗한 우중간 안타를 쳐냈다. 1군 첫 타석에서 첫 안타를 쳐내는 순간이었다. “수비에서 긴장하지 않고 투수와 팀에 도움을 주겠다”라는 경기 전 각오대로 수비에서도 안정적인 플레이를 선보였다. 몇 차례 자신에게 찾아온 타구를 기본기가 잘 된 자세로 잡아내 흠잡을 곳 없는 수비로 연결시켰다. 1회 장성우의 중전안타성 타구를 빠른 발로 쫓아가 잡아낸 것은 팬들의 눈을 사로잡았다.
박진만 나주환 김연훈이라는 베테랑 내야수들이 1군 복귀를 노리고 있는 상황에서 최정민의 입지는 그렇게 단단하다고 말하기 어렵다. 아직은 더 배우고 실전 감각을 끌어올려야 할 단계라고도 볼 수 있다. 하지만 첫 단추를 잘 꿰지 못하고 사라진 유망주들은 수 없이 많다. 그에 비하면 최정민은 꿈에서 그리던 1군 첫 선발 출장의 기회를 비교적 잘 살린 셈이다. 벤치에도 강한 인상을 남겨줄 수 있다. 꿈을 현실로 만든 최정민은 이제 “부모님의 기대에 부응하는 아들이 되고 싶다”라는 또 하나의 목표를 향해 조금씩 전진할 기세다. /skullboy@osen.co.kr
SK 와이번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