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번 타자가 부상으로 빠졌지만 한 번 불이 붙은 kt의 마법 방망이는 식을 줄을 모른다. 그 중심에는 장타, 그리고 그 장타의 중심에는 김상현(35)과 박경수(31)의 홈런이 있다. kt 역사상 첫 20홈런 타자를 향해 달려가고 있는 두 선수의 홈런포에는 많은 의미가 실려 있다는 점도 흥미롭다.
kt는 8일과 9일 인천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SK와의 경기에서 합계 5개의 대포를 뿜어내며 마운드를 초토화시켰다. 8일에는 외국인 선수 앤디 마르테와 김상현의 연속타자 홈런이 터졌고 9일에는 마르테의 2경기 연속 홈런과 박경수의 1경기 2홈런이 터지며 팬들을 즐겁게 했다. 시즌 초반까지만 해도 장타 부재에 울었던 타선이 이제는 언제든지 담장을 넘길 수 있는 장거리 타선으로 변모해가고 있다.
김상현과 박경수의 이름을 빼놓을 수 없다. 김상현은 9일까지 18개의 홈런, 박경수는 16개의 홈런을 기록하고 있다. 팀 내에서 1·2위를 달리고 있는 중이다. 한껏 페이스를 끌어올렸다 부상으로 이탈한 댄 블랙의 공백이 예상보다는 심하게 나타나지 않는 것도 두 선수의 장타가 한 몫을 거들고 있다. 그리고 두 선수의 홈런은 선수 인생의 전환점을 만들고 있다는 점에서도 주목할 만하다.

김상현은 2009년 리그 최우수선수(MVP) 출신이다. LG 시절 ‘2군 본즈’라는 별명에도 불구하고 잠재력을 터뜨리지 못했던 김상현은 KIA 이적 직후인 2009년 36개의 홈런과 127타점을 쓸어 담으며 최고의 슬러거로 떠올랐다. 홈런왕과 타점왕을 싹쓸이했다. 부상에 시달리며 79경기 출전에 그쳤던 2010년에도 21개의 홈런을 치며 체면치레는 했다. 하지만 그 후로는 한 번도 20홈런 이상을 기록한 적이 없다.
부상이 겹쳐 출전시간은 계속 줄어들고, 그럴 수록 팀 내 입지는 좁아지는 악순환 때문이었다. 2012년에는 32경기에서 4홈런에 그쳤고 SK 트레이드 이후에도 2013년 7홈런, 2014년 5홈런에 그쳤다. 주전 경쟁에서 밀리며 타석 자체가 많지 않았다. 결국 올해를 앞두고 20인 보호선수 명단에서 풀려 kt 유니폼을 입은 김상현이다. 하지만 올해 18홈런, 57타점을 기록하며 경력 하락세를 끊었다.
박경수는 더 극적이다. 박경수는 LG 시절 전형적인 단타형 내야수로 평가됐다. 실제 2003년 데뷔 후 지난해까지 장타율이 4할이 넘는 시즌이 단 한 번도 없었을 정도였다. 군 복무 기간을 제외하고 프로 10년 동안 홈런은 43개 뿐이었다. 연간 4개 꼴이었다. 그러나 드넓은 잠실을 떠난 효과일까. 박경수는 올 시즌 벌서 16개의 홈런을 치며 달라진 모습을 과시하고 있다.
시즌 초반 “충분히 중·장거리 타자가 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라고 호언장담했던 조범현 kt 감독의 예언이 그대로 맞아 떨어졌다. 체격이 엄청나게 커진 것은 아니지만 착실한 운동, 그리고 자신감 있는 스윙으로 타구를 멀리 뻗어 보내고 있다. 9일까지 장타율은 5할3리에 이른다. 이 정도면 모범 FA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두 선수의 반등은 개인적으로도 의미가 있지만 팀으로서도 반가운 요소다. kt는 내년 타선을 놓고 아직 고민이 크다. 기본적으로 올해처럼 두 명의 외국인 타자를 쓸 것인지도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만약 외국인 투수를 세 명으로 가져간다면 타선에서 김상현과 박경수의 몫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재계약이 확실시되는 마르테, 장성우와 함께 kt의 중심타선을 이끌어야 한다. 두 선수의 홈런포에 kt의 희망도 점점 커지는 이유다. /skullbo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