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임즈에 힘 싣는 김경문 “GG, 외인차별 말아야”
OSEN 이대호 기자
발행 2015.08.11 06: 45

2015년 KBO 리그를 지배하고 있는 타자 2명이 모두 1루수다. 마치 국내랭킹 1,2,3위가 올림픽 금은동으로 이어지는 한국 여자양궁을 보는 듯하다. 양궁은 단체전이라도 있지만, 골든글러브는 단 하나 뿐이다.
NC 다이노스 에릭 테임즈는 놀라운 타격능력을 보여주고 있다. 타율 3할7푼3리로 리그 1위, 홈런은 35개로 리그 2위, 타점은 101점으로 리그 2위다. OPS 1.287은 리그 1위로 모자라서 역대 KBO 리그 단일시즌 신기록까지 세울 기세다. 어디 그뿐인가, 테임즈는 도루 28개를 기록 중이라 역대 8번째 30-30클럽 가입까지 눈앞에 두고 있다. 산술적으로는 KBO 역사상 첫 40-40클럽 가입도 가능하다.
넥센 히어로즈 박병호 역시 이에 뒤지 않는다. 타율 3할4푼5리로 리그 4위를 달리고 있으며 38개의 홈런과 104타점은 모두 리그 1위 기록이다. 2012년에는 20-20 클럽에 가입했었고, 올해도 도루 8개로 발까지 느리지 않다. 올해까지 홈런왕을 차지한다면 4년 연속인데, 이는 이승엽마저 해보지 못했던 신기원이다.

이들 중 누구에게 골든글러브가 돌아갈까. 여전히 시즌은 많이 남아있고 얼마든지 변수가 발생할 수 있지만 지금 당장 투표를 하면 어떻게 될까. 누가 되더라도 이상할 건 없다. 타격성적은 테임즈가 앞서는 게 사실이지만, 만약 박병호가 4년 연속 홈런왕을 차지한다면 어떻게 될지 모른다. 또 테임즈가 사상 첫 40-40클럽 가입을 한다면 이것도 변수가 될 수 있다.
두 선수와 전혀 관계가 없는 두산 김태형 감독에게 질문이 갔다. ‘지금 당장 1루수 골든글러브를 뽑는다면 누가 될 것 같냐’는 질문에 김 감독은 “둘 다 좋은 선수다. 누구 하나를 꼽기가 정말 어렵다”고 말했다. 한참을 고민하던 김 감독은 갑자기 “아니 그런데 그걸 갑자기 왜 나한테 물어보냐”고 하소연을 했다. 두산 외국인타자 데이빈슨 로메로까지 생각이 미쳤기 때문이다.
NC 김경문 감독은 같은 질문에 곧바로 답을 하지 않았다. 아직 시즌이 많이 남았고, 선수가 개인 타이틀보다는 팀에 더 집중하도록 독려하는 스타일이다. 최근 종아리가 좋지 않은 테임즈가 도루를 자제하고 있는 것도 김 감독의 배려다. 잠시 고민하더니 김 감독은 “외국인선수라고 해서 불이익을 받아서는 안 된다”고 잘라 말했다. 과거 수차례 반복됐던 골든글러브 수상자 논란에 생각이 미친 것이다.
과거 이승엽과 타이론 우즈가 홈런왕 레이스를 펼친 것처럼 박병호와 테임즈도 서로를 좋은 경쟁상대로 인식하고 있다. 아직까지 시즌 50홈런 페이스를 유지하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이제 NC와 넥센 모두 40경기 안팎을 남겨두고 있는 가운데 골든글러브에 확실한 주인이 가려지게 될지 주목된다. /cleanupp@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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