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장 이 사람을 아십니까] 한화 일본인 코치들의 든든한 통역, 김영롱 씨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5.08.11 06: 47

야구장의 주인공은 그라운드에서 뛰는 선수들입니다. 조연이 누구냐고 묻는다면 코칭스태프, 혹은 프런트라고 답을 내놓는 사람들이 많겠죠. 그들이 조연인 건 맞지만, 우리가 다시 돌아봐야 할 사람들은 화려한 무대 뒤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자기 일에 매진하는 이들이 아닐까요. 매주 1회 잘 모르고 지나쳤던 그들의 이야기를 OSEN이 전해 드립니다. (편집자주)
한화는 올해 일본인 코치들이 투타에서 주요 보직에서 김성근 감독을 보좌하고 있다. 니시모토 다카시 투수코치, 쇼다 고조 타격코치, 후루쿠보 겐지 배터리코치가 1군에서 함께 하고 있다. 이들과 함께 선수들 사이에서 일본어 통역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이가 바로 김영롱(28) 씨다.
김영롱 씨는 남다른 이력을 갖고 있다. 고교 시절까지 야구를 한 그는 일본 고등학교를 다녔다. 일본야구에 대한 관심이 많았고, 부모님도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일본 교토국제고로 유학을 갔고, 이 시기에 일본어를 습득했다. 고교 졸업 후 한국으로 돌아온 김영롱 씨는 비록 프로선수 꿈을 이루지 못했지만 2006년 LG 불펜 포수를 겸하며 통역 업무의 길을 걸었다.

2007~2009년 SK에서 통역 업무를 전담으로 맡아 경력을 쌓은 김영롱 씨는 2010~2011년 일본프로야구 지바 롯데 마린스에서 김태균의 통역으로 활약했다. 지난해 독립야구단 고양 원더스에 몸담은 뒤 올해부터 한화와 함께 하고 있다. 공수에서 일본인 코치들의 지도를 선수들에게 전달하는 역할을 맡느라 경기 전 훈련은 물론 경기 중에도 바쁘게 움직인다. 공격 때는 쇼다 코치, 수비 때는 후루쿠보 코치와 함께 하고 있다.
김영롱 씨는 "고교 시절 야구 유학으로 일본에 갔다. 한국에 돌아오며 자연스럽게 통역 업무를 맡게 됐다. 처음 어릴 적에는 야구장에서 남들 하는 것을 보면 나도 야구를 하고 싶기도 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통역 업무에 대한 책임감과 사명감이 생겼다. 더 이상 선수로서의 미련은 없어졌다"고 말했다.
야구선수 출신이기 때문에 통역을 하는 데 있어 더욱 신중하다. 김영롱 씨는 "사람과 사람 중간에서 소통을 원활하게 해야 한다. 코치님들이 전달하려는 메시지와 받아들이는 선수들의 입장을 모두 생각한다. 가능한 한 오해가 생기거나 곤란함이 없도록 하는 것이 통역으로서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영롱 씨는 "코치님들의 조언이 잘 전달돼 선수들의 좋은 플레이로 연결됐을 때 나도 보람을 느낀다"고 말한다. 주로 쇼다 타격코치가 타석 전 선수들에게 이것저것 주문사항이 많은데 결과로 맞아 떨어질 때 이를 전달한 통역원으로서 함께 희열을 느끼고 있다. 쇼다 코치와는 2009년 SK에서 호흡을 맞춘 인연이 있어 통역 업무를 하는 데 있어 마음이 잘 맞는다.
한화는 시즌 전 캠프 때부터 지금까지 훈련량이 가장 많은 팀으로 유명하다. 선수들의 훈련에 코치들도 함께 움직이기 마련. 김영롱 씨도 거의 대부분의 시간을 야구장에서 보내고 있다. 체력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지칠 법도 하지만, 일본인 코치들과 선수들 사이에서 함께 땀 흘리고 호흡하며 극복 중이다.
김영롱 씨는 "운동량이 많아 힘들 텐데 선수들이 잘 뭉치면서 하고 있어 분위기가 좋다. 일본에서 함께 했던 태균이형과 한화에서 다시 만나게 돼 반가웠는데 열심히 잘 하셔서 나도 기쁘다"고 말했다. 시즌 내내 이어지고 있는 한화의 돌풍, 김영롱 씨처럼 뒤에서 묵묵히 헌신하는 이들이 있기에 가능했다. /waw@osen.co.kr
 
대전=민경훈 기자 rum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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