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한화에서 가장 뜨거운 선수 중 하나가 바로 내야수 강경학(23)이다. 유격수로서 완전히 물오른 수비력과 2번 테이블세터로 후반기 타율 3할5푼3리의 날카로운 타격까지, 어느 하나 흠 잡을 데 없는 플레이로 한화의 활력소가 되고 있다. 올해 한화가 발견한 최고의 성장이다.
특히 주목해야 할 것은 수비력. 후반기 17경기에서 무실책 행진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어깨 통증으로 1군 말소되기 전 마지막 3경기 포함 20경기 연속 무실책으로 철통수비를 자랑하고 있다. 빠른 순발력과 발놀림으로 좌우를 가리지 않고 넓은 범위를 커버한다. 약점이었던 송구 정확성도 많이 향상됐다.
유격수로서 절정의 수비력을 보여주고 있는 강경학이지만, 이런 그를 두고 내야수로는 안 된다고 평가한 사람들도 없지 않았다. 아마추어 시절 강경학을 오랫동안 지켜봐온 야구인은 "절대 내야수로 성장할 수 없다. 어깨 때문에 쉽지 않다. 타격을 키우기 위해서라도 외야로 전향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강경학은 2011년 프로 입단 후 양 쪽 어깨 수술을 받으며 재활을 해야 했다. 그 여파로 어깨가 약해졌고, 송구 실수가 잦은 편이었다. 하지만 내야수, 그것도 유격수로서 가능성을 보고 강경학을 지명한 한화 구단은 외야수 옵션을 고려하지 않았다. 전 선수들의 멀티 포지션을 선호하는 김성근 감독이 스프링캠프에서 잠깐 외야수로 연습을 시켜본 것이 전부였다.
강경학은 "외야는 초등학교 5학년 이후로 해본 적이 없다. 중학교 때부터 계속 내야수만 했고, 외야수는 시도조차 하지 않았다"며 "고교 시절 하체가 너무 길어 남들보다 공을 서서 잡는다는 지적을 많이 들었다. 내야수로 적합하지 않다는 이야기도 들은 기억이 있다"고 말했다. 그 이후 어깨 부상 때문에 내야수로서 경쟁력이 떨어질 것으로 우려됐다.
하지만 강경학은 외야수 전향을 전혀 생각해 보지 않았다. 오히려 최근 일취월장한 수비력을 통해 내야수로서 한 단계 발전했다. 그는 "어깨가 약해진 만큼 하체 움직임으로 극복하려 노력했다. 이전에는 송구할 때 상체로만 던졌다면 지금은 하체부터 움직여서 몸 전체를 이용한다. 세게 던지지 않아도 공이 쭉쭉 나간다"고 설명했다.
한화 관계자는 "지금 성장세를 보면 외야로 안 보낸 것이 좋은 결정이었다. 어깨가 안 좋은 게 오히려 더 열심히 하는 이유인 듯하다"고 칭찬했다. 강경학은 "나중에 진짜 내야가 안 되겠다 싶을 때 외야를 생각해볼 수 있겠지만 지금은 아니다. 내야수로 안 된다는 편견을 극복하겠다"고 다짐했다. 그의 성장이 더 빛나는 이유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