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상 악령’ 최정과 SK의 꼬인 2015년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5.08.12 05: 57

프리에이전트(FA) 계약 첫 해 화려하게 날아올라 몸값을 증명하겠다는 최정(28, SK)의 각오는 부상으로 물거품이 됐다. 4년간 86억 원의 거액을 투자한 SK도 난감하기는 마찬가지다. 부상 악령과의 한 판 승부에서 진 최정과 SK의 2015년이 점점 꼬여가고 있다.
SK 간판타자인 최정은 11일 사직구장에서 열린 롯데와의 경기에서 불의의 부상을 당했다. 상황은 2-0으로 앞선 1회였다. 최정은 롯데 선발 송승준을 상대로 깨끗한 좌전안타를 치고 나갔다. 최근 좋은 타격감을 재과시하는 스윙이었다. 그러나 주루 플레이 도중 치명적인 부상을 입었다. 송승준의 계속되는 견제를 받던 최정은 결국 귀루 도중 오른쪽 발이 베이스를 잘못 밟아 발목이 돌아가며 극심한 통증을 호소했다.
즉시 교체가 이뤄졌고 자신의 힘으로 나가지 못했을 정도의 통증이었다. 단순한 부상으로 끝나지 않을 것이라는 불길한 느낌은 적중했다. 검진 결과 최정은 오른 발목 인대가 부분 손상됐다는 판정을 받았다. 대개 3~4주 정도의 재활 기간이 걸리는 부상이다. 부기가 빠진 후 좀 더 정밀하게 확인해야겠지만 이 정도 수준을 크게 벗어나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이로써 최정은 순위싸움이 한창인 8월에 내내 재활과 씨름하게 됐다. 누굴 탓할 수도 없는 문제가 답답함은 더 커진다.

시즌 내내 지독한 부상 악령이다. 최정은 올해 들어 팔꿈치, 어깨, 허리, 허벅지 등 다양한 부위에 통증이 나타나며 제대로 된 컨디션을 발휘하지 못했다. 어깨 부상으로 5월 말부터 6월 22일까지는 아예 재활군과 2군에 내려가 있었다. 그 전에 통증으로 결장한 기간까지 합치면 한 달이 넘는 공백이었다. 부상 악령은 이마저도 모자라 그나마 정상적인 부위였던 발목까지 앗아갔다. 올 시즌 전체 정규시즌 일정의 30%를 결장하게 될 위기다.
지난 2년간 잔부상에 시달렸던 최정이다. 그래서 올해는 각오를 단단히 했다. 전지훈련 당시 웨이트트레이닝 기구와 씨름하며 체질을 완전히 바꾸려고 했다. 모험이었지만 최정은 독한 각오로 달라붙어 어느 정도의 성과를 얻었다고 자평했다. 그러나 시즌 초반부터 그 전에 아팠던 부위에 다시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번에는 운까지 따라주지 않으며 답답한 상황에 놓이게 됐다.
최정은 리그를 대표하는 3루수이자 SK의 간판타자다. 정상적인 컨디션이라면 능히 최고의 활약을 펼칠 수 있다. 검증은 이미 끝났고 올 시즌 성적에서도 잘 드러나고 있다. 어깨 부상 복귀 후 타격 컨디션을 끌어올리던 최정은 통증이 어느 정도 사라지고 감이 올라오자 맹활약을 펼쳤다. 후반기 17경기 타율은 무려 4할4푼6리, 4홈런, 16타점이었다. 최근 훈련 시간에서도 종종 미소를 보이고 농담을 건네는 등 올 시즌 들어 감과 기분이 가장 좋은 시기였다. 그래서 더 아쉽다.
이런 최정을 공·수에서 모두 대체할 수 있는 선수는 SK에 없고 리그에서도 몇 되지 않는다. 당장은 박계현이 3루수로 나설 것으로 보이지만 공격적인 무게감이 떨어진다. 최정이 빠진 중심타선 한 자리를 누가 메울지도 확실하지 않은 상황이다. 이재원은 포수로서의 체력적 부담이 있다. 이재원이 지명타자로 들어가면 브라운과 정의윤 둘 중 하나는 대타로 나서야 한다. 박재상은 최정만한 장타력을 기대할 수 있는 선수는 아니다. 그라운드에 쓰러진 최정을 보며 SK가 낙담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돌이켜보면 SK는 올해 불운의 부상이 많았다. 역시 56억 원의 거액 계약을 맺은 김강민은 시범경기 도중 도루를 하다 무릎을 다쳤다. 우완 에이스라는 트래비스 밴와트는 타구에 두 차례 맞은 끝에 시즌아웃돼 교체 수순을 밟았다. 이명기는 애꿎은 헤드샷 여파로 몇 경기 빠지기도 했다. 그 후로는 특별한 부상자 없이 잘 버텼지만 최근 김연훈이 번트를 하다 손가락을 다쳐 2군에 내려갔고 박진만 이대수의 부상에 이어 조동화는 급성 복통으로 10일 1군에서 빠졌다. 그리고 이번에는 최정이다.
언제 돌아올지는 알 수 없다. 빨라도 20일이고 늦으면 한 달이 넘게 걸릴 수도 있다. 한 달이 넘게 걸리면 이미 정규시즌은 거의 끝나 있을 단계다. 돌아와도 컨디션은 장담할 수 없고 특히 주루는 크게 위축될 가능성이 크다. 최정이 5위 싸움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최정도 자신이 돌아올 정규시즌 막판까지 팀 동료들이 5강에서 버텨주길 바라는 초라한 신세가 됐다. 그러나 전망은 당연히 밝지 않다. SK는 최정이 첫 번째로 2군에 갔던 26일 동안 8승12패1무를 기록했다. /skullbo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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