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다, 괜찮은 사람이다".
KBO리그에 괴물 투수가 등장했다. 한화 새 외국인 투수 에스밀 로저스(30)가 KBO리그 사상 최초로 데뷔 2경기 연속 완투로 화려하게 비상했다. 지난 6일 대전 LG전 9이닝 5피안타 무사사구 7탈삼진 1실점 완투승에 이어 11일 수원 kt전 9이닝 3피안타 3볼넷 7탈삼진 무실점 완봉승으로 포효했다. 2경기 2승, 18이닝 1실점 평균자책점 0.50. 거의 완벽에 가까운 로저스를 향해 팀 코치와 동료들도 극찬을 아끼지 않고 있다.
▲ "항상 스트라이크 잡는 제구"

로저스는 최고 154~156km 강속구를 던진다. 하지만 한화 니시모토 다카시 투수코치가 보는 로저스의 가장 큰 강점은 제구력이다. 니시모토 코치는 "투구 밸런스가 좋고, 항상 스트라이크를 잡을 수 있는 능력이 있다. 타자 성향을 보고 스트라이크 대신 볼을 활용하는 것도 뛰어나다"고 평가했다. 기본적으로 원하는 곳으로 던질 수 있는 제구력을 갖췄다는 평이다.
이어 니시모토 코치는 "삼진도 잘 잡지만 땅볼 유도를 잘하는 것이 돋보인다. 1회부터 9회까지 경기의 흐름을 잘 파악해 상황에 따라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잘 알고 있다"며 "한마디로 최고다. 정말 잘하고 있다"고 거듭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상황에 따라 힘을 넣었다 빼는 완급조절을 할줄 안다는 것이다.
로저스와 호흡을 맞춘 포수 조인성은 "지난 경기에 비해 구위가 떨어진 것을 전혀 느끼지 못했다. 힘 있는 공에 안정된 제구를 가져가는 게 인상적이었다. 카운트를 잡을 때 마치 배팅볼처럼 공을 놓으며 타이밍 싸움을 이용할 줄도 알더라. 내가 리드를 잘 한 게 로저스가 잘 던진 것이다"고 높이 평가했다.
로저스 덕분에 모처럼 휴식을 취한 구원투수 권혁도 "팔이 나오는 게 짧다. 백스윙이 빨라 타자들이 타이밍을 맞추기 어려울 것이다"고 말했다. 상체 위주의 투구 폼으로 던지는 로저스는 짧은 백스윙으로도 150km가 넘는 강속구를 던진다. 여기에 슬라이더·커브·체인지업을 던지니 쉽게 예측이 안 된다.

▲ "커리어를 떠나 괜찮은 사람"
조인성은 로저스에게 "고맙다"는 말을 한다. 그 이유로 그는 "팀을 많이 생각해주는 것이 고맙다"고 했다. 빠르고 공격적인 투구 템포로 야수들이 수비 감각을 꾸준히 유지할 수 있도록 돕는다. 또한 좋은 수비를 한 야수들에게 이닝을 마칠 때마다 기다려 고마움을 표하기도 한다. 팀에 들어온 지 얼마 지나지 않았지만 살갑게 먼저 다가가는 친화력을 자랑한다. 로저스와 수시로 장난을 치는 외야수 송주호는 "성격이 아주 좋다. 말은 안 통해도 행동으로 다가와서 적응하려 한다"고 증언했다.
로저스와 절친한 친구가 된 정근우는 "투수로서 구위 같은 것을 떠나 빠른 템포가 좋다. 안타를 맞든 그렇지 않던 빨리 빨리 던지기 때문에 수비하는 입장에서 더욱 집중된다. 투구 템포가 길면 야수는 지루하고 집중력이 떨어진다. 로저스는 야수들이 늘어지기 전 빨리 투구하는 게 좋다"고 높이 평했다.
정근우는 로저스의 실력만큼 인성을 높이 평가했다. 그는 "커리어를 떠나 사람이 괜찮은 것 같다. 선발로 안 던지는 날에도 미리 경기장에 와서 자기 운동과 치료할 것 다하고 덕아웃에서 응원을 해준다. 기본이 잘 되어있는 친구 같다. 함께 하려는 모습에서 팀을 먼저 생각하는구나 싶다"고 이야기했다.
로저스는 kt전 완봉승 이후에도 "승리의 공을 포수 조인성에게 돌리고 싶다. 베테랑인 그의 리드를 잘 따른 결과"라고 말했다. 이어 등판하지 않는 날 덕아웃에서 응원하는 이유에 대해서도 "그런 날에는 팀을 위해 서포트하는 게 당연하다. 다른 선수들도 나를 위해 서포트해주지 않나. 그런 의미에서 응원을 하는 것이다"고 답했다. 압도적 투구 실력에 흠 잡을 데 없는 인성까지, 한화가 제대로 된 '괴물 투수'를 데리고 왔다. /waw@osen.co.kr

수원=민경훈 기자 rumi@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