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저스 2연속 완투, 조인성 특급 리드 있었다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5.08.12 05: 58

"인성, 리드 굿!".
한화 새 외국인 투수 에스밀 로저스(30)가 KBO리그에 데뷔하자마자 역사를 쓰고 있다. 지난 6일 대전 LG전에서는 외국인 투수 최초로 데뷔전 완투승의 역사를 썼고, 11일 수원 kt전에는 완봉승을 거두며 KBO리그 사상 첫 데뷔 2경기 연속 완투의 주인공이 됐다. 18이닝 1실점 평균자책점 0.50은 말 그대로 압도적이다.
로저스와 2경기 18이닝을 시작부터 끝까지 함께 한 동반자가 있었으니 바로 KBO리그 현역 최고령 포수 조인성(40)이 주인공이다. 로저스의 2경기 연속 완투승-완봉승에는 환상의 배터리로 호흡을 맞춘 조인성의 공을 빼놓고는 결코 설명이 안 된다.

로저스는 kt전 완봉승 이후 "조인성의 리드가 좋았다. 승리의 공을 조인성에게 보내고 싶다. 베테랑 조인성의 리드를 잘 따른 것이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고 전적인 신뢰를 보냈다. 이미 두 선수는 경기 중에도 수차례 서로 미소를 지으며 소통하는 모습을 보였다.
니시모토 다카시 투수코치 역시 로저스의 호투에 있어 조인성 리드가 빠질 수 없다고 했다. 니시모토 코치는 "포수 조인성이 아주 좋은 리드를 해줬다. 로저스가 갖고 있는 능력을 잘 이끌어줬다"며 "조인성 리드가 최고였다는 걸 절대 빼먹지 말아 달라"고 신신당부할 정도였다.
이날 로저스는 최고 154km 직구(49개)보다도 슬라이더(31개) 커브(24개) 체인지업(4개) 등 변화구 구사 비율이 높았다. 강속구 투수에게 변화구 위주로 승부하는 역발상이 통했다. 조인성은 "초구와 2구를 커브로 볼카운트를 유리하게 벌었던 게 좋았다. 카운트를 유리하게 가져가니 던질 구종이 많아졌는데 유인구를 쓸 수 있는 폭이 넓어졌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상대팀 타자들이 쫓기는 입장이다 보니 유인구에 쉽게 속았다. 로저스의 공 자체가 스피드도 있는 데다 변화구까지 좋다 보니 갖고 있는 능력을 다 살릴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특히 4회와 6회 위기에서 앤디 마르테를 연속 병살타로 유도할 때 살짝 휘는 슬라이더를 적극 활용한 게 백미. 타격 의사가 강한 마르테의 방망이 끝을 잘 유인한 것이 적중했다.
평소 경기 중 포수 교체를 통해 분위기 전환을 꾀하는 김성근 감독도 로저스가 나온 2경기는 전적으로 조인성에게 시작부터 끝까지 맡겼다. 김성근 감독은 이날 경기 후 "조인성의 볼 배합이 좋았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거듭된 칭찬 퍼레이드에도 조인성은 "내가 리드를 잘한 게 아니라 로저스가 잘 던진 것이다. 모두 로저스의 힘이다"는 말로 겸손하게 대답했다.
외국인선수 제도가 도입된 1998년 프로 데뷔한 조인성은 18년 프로 생활 동안 무수한 외국인 투수들과 함께 호흡을 맞춰왔다. 포수로서 외국인 투수들의 마음을 헤아리며 때로 식사 자리까지 가질 정도로 스킨십에 능하다. 가장 중요한 건 투수의 능력이지만 능력을 좌우하는 게 바로 적응력이다. 그런 점에서 로저스의 연착륙에는 조인성의 숨은 공로가 매우 크다. /waw@osen.co.kr
수원=민경훈 기자 rumi@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