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의 과제 ‘라틀리프 의존증’ 극복하라
OSEN 서정환 기자
발행 2015.08.12 07: 36

최고외인 리카르도 라틀리프(26)를 얻은 삼성. 하지만 그만큼 고민도 있다.
삼성은 10일 오후 용인 삼성트레이닝센터에서 가진 연습경기서 인천 전자랜드에게 81-104로 패했다. 이상민 삼성 감독은 리카르도 라틀리프, 론 하워드, 김준일, 임동섭, 장민국 등 국가대표에 차출된 문태영을 제외한 모든 전력을 시험해보는 모습이었다.
라틀리프의 존재감은 대단했다. 그가 골밑에 있는 것만으로도 삼성이 든든해졌다. 전자랜드는 안드레 스미스와 이현호가 빠졌다. 그렇다 해도 라틀리프와 김준일이 버틴 골밑은 지난 시즌과 차원이 달랐다. 미국에서 일찌감치 몸을 만들어온 라틀리프는 특유의 로보캅 몸과 강철체력을 자랑했다.

라틀리프는 골밑에서 두 세 명이 둘러싸도 뚫고 올라가 득점을 했다. 가드 못지않은 스피드로 속공을 마무리하는 모습도 든든했다. 라틀리프와 김준일이 버틴 삼성은 1쿼터 20-27로 추격하며 나름 대등한 경기를 했다.
하지만 2쿼터 라틀리프와 김준일이 빠진 삼성은 전혀 다른 팀이 됐다. 골밑에서 밀리기 시작한 삼성은 점수 차가 39-51로 확 벌어졌다. 3쿼터 다시 라틀리프가 투입돼 10점까지 추격했다. 론 하워드의 시험을 위해 이상민 감독은 4쿼터 라틀리프를 넣지 않았다. 결국 23점 차 대패가 결과로 따라왔다. 라틀리프는 20분만 뛰고 13점, 4리바운드, 4어시스트, 1스틸로 선전했다.
라틀리프는 1순위다웠다. 몸도 좋고 승부욕도 대단했다. 이상민 감독은 “모비스와 연습경기서 크게 지니까 라틀리프가 자존심이 상했다. 자신을 빼지 말라고 하더라. 미국에서 몸을 잘 만들어왔다”며 웃었다.
문제는 삼성이 라틀리프의 능력을 100% 뽑아낼 조직력이 갖춰지지 않은 점이다. 라틀리프가 골밑에서 베스트 포지션을 잡았을 때 제 때 볼이 투입되지 않는 장면이 자주 나왔다. 패스가 들어가도 타이밍이 늦거나 위치가 좋지 않았다. 삼성에는 양동근이 없다. 김준일은 함지훈처럼 패스가 좋지 않다. 주희정이 가세했지만 풀타임을 소화하기는 무리다. 잘 차려진 밥상을 받아먹기만 하면 됐던 모비스 시절과는 환경이 다르다.
라틀리프가 골밑에서 공을 잡으면 기본적으로 2~3명이 붙는다. 당연히 외곽에서 찬스가 난다. 하지만 삼성은 이를 3점슛으로 해결해줄 능력이 부족하다. 딱히 슈터라고 부를만한 선수가 없다. 부상에서 돌아온 임동섭은 이날 7개를 던진 3점슛을 모두 놓치며 아직 슛감각을 찾지 못한 모습. 장민국(3점슛 1/4)도 KCC시절의 폼이 올라오지 않은 상태다. 박재현(9점, 3스틸, 3점슛 1/4)은 포인트가드와 슈팅가드 사이서 정체성이 애매하다.
이상민 감독은 “삼성에 라틀리프처럼 잘하는 선수가 없었다. 아무래도 선수들이 라틀리프가 공을 잡으면 멍하니 쳐다보는 경향이 있다. 볼 없을 때 계속 움직여야 찬스가 난다고 강조하고 있다. 라틀리프가 있을 때와 없을 때 큰 차이가 나는 것이 사실이다. 문태영이 없다보니 이런 경향이 두드러진다”고 했다.
지난 시즌 ‘꼴찌’ 삼성이 라틀리프라는 확실한 구심점을 가진 것은 다행이다. 조직력만 갖춰진다면 삼성은 라틀리프에게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라틀리프 ‘파생효과’를 누릴 수 있다. 한창 손발을 맞출 시점에 문태영이 국가대표 차출로 오래 자리를 비우는 점이 아쉽다. 그나마 라틀리프와 문태영은 모비스에서 오래 호흡을 맞춘 사이라는 점은 다행이다.
올 시즌 프로농구 4~6라운드에서 외국선수 2명이 동시 출전한다. 삼성은 라틀리프와 가드 론 하워드가 함께 뛰면서 시너지 효과가 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미 한국농구 적응을 마친 라틀리프가 모비스를 떠나서도 계속 위력을 발휘하려면 조직력이 관건이다. / jasonseo34@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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