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레이드설에 자극을 받은 것일까. 올 시즌 기대 이하의 성적을 냈던 야시엘 푸이그(25, LA 다저스)가 한 경기에 5타점을 쏟아 부으며 오래간만에 진가를 발휘했다.
푸이그는 12일(이하 한국시간) 미 캘리포이나주 로스앤젤레스의 다저스타디음에서 열린 워싱턴 내셔널스와의 경기에서 선발 6번 우익수로 출전, 4타수 2안타 5타점을 기록하며 팀의 5-0 영봉승을 이끌었다. 마운드에서 호투한 선발 잭 그레인키도 뛰어나지만 결정적인 순간 한 방을 쳐내며 팽팽한 흐름을 완전히 끊어놓은 푸이그도 일등공신이라 할 만했다. 다저스 역사상 한 경기 5타점 이상으로 팀의 득점을 독식한 선수는 1998년 에릭 캐로스 이후 처음이었다.
사실 최근 분위기가 좋지는 않았던 푸이그였다. 첫째는 올 시즌 좋지 않은 성적이었다. 짧은 시간 사이에 올스타 외야수로 성장한 푸이그는 이날 경기 전까지 올 시즌 65경기에서 타율 2할4푼1리에 그쳤다. 푸이그의 지난해 성적은 148경기에서 타율 2할9푼6리, OPS(출루율+장타율) 0.863이었다. 홈런은 8개에 그치는 등 OPS도 0.723까지 떨어졌다. 부상으로 시즌 출발이 늦은 것도 있었지만 푸이그의 약점을 철저히 공략하는 투수들을 당해내지 못한 것이 일차적인 원인이었다.

두 번째는 그가 클럽하우스 분위기를 해친다는 연이은 보도였다. 푸이그는 자유분방한 성격인데 이것이 동료들의 심기를 건드렸다는 것이다. 스타로 발돋움하기는 했지만 여전히 클럽하우스에서는 군번이 아래인 만큼 도가 넘는 행동이 물의를 일으켰다는 것이다. 데뷔 초반에는 아드리안 곤살레스가 푸이그를 붙잡고 관리했지만 이제는 그 통제범위도 넘어섰다는 것이었다.
세 번째는 이런 일련의 사건들로 불거진 트레이드설이었다. ESPN의 보도에 의하면 다저스는 최근 푸이그를 리보커블 웨이버(철회가능 웨이버) 공시를 통해 트레이드를 시도했다고 알려졌다. 정확한 사정은 공개되지 않았고 다저스는 이를 철회한 것으로 전해졌으나 역시 푸이그의 입지에 다소간 영향을 줄 수 있는 사건이었다. 전체적으로 푸이그를 둘러싼 주변 분위기가 어수선했다.
그런 푸이그는 보도가 나오자마자 각성한 듯 폭발했다. 4회 두 번째 타석이었다. 이디어가 1루에 나간 상황에서 푸이그는 워싱턴 선발 조 로스의 2구째 슬라이더를 잡아 당겨 좌측 담장을 넘기는 큼지막한 홈런을 때려냈다. 기선을 제압하는 시즌 9호 홈런이었다.
이에 그치지 않은 푸이그는 5회 만루 상황에서 다시 결정적인 안타를 때려냈다. 역시 로스의 2구째 싱커를 받아쳐 우익수 앞에 떨어지는 안타를 만들었다. 여기서 운도 따랐다. 다이빙캐치를 시도하던 워싱턴 우익수 클린트 로빈슨이 공을 놓쳤고 결국 3명의 주자가 모두 들어오는 싹쓸이 3루타가 됐다. 마운드에 잭 그레인키가 버티고 있음을 고려하면 승부의 추를 다저스쪽으로 끌어오르는 한 방이었다.
푸이그가 5타점을 기록한 것은 2013년 6월 5일 샌디에이고전 이후 개인 통산 두 번째다. 당시 푸이그는 2개의 홈런을 기록하며 4타수 3안타 5타점을 터뜨리는 맹활약을 펼쳤다. 그리고 이 경기는 팬들의 눈을 사로잡으며 푸이그가 다저스 외야의 확고한 붙박이로 자리매김하는 데 결정적인 몫을 했다. 다시 5타점 경기를 한 푸이그가 자신을 둘러싼 잡음을 날려버릴 수 있을지 주목된다. /skullboy@osen.co.kr
AFPBBNews = News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