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일만의 복귀전 첫 타석부터 홈런이 터졌다. 오랜 마음고생을 훌훌 날리는 한 방이었지만 표정은 담담했다. 금지약물 복용에 따른 징계 이후 첫 복귀전에서 맹타를 휘두르고도 최진행(30)은 여전히 마음의 짐을 떨쳐내지 못한 모습이었다.
최진행은 12일 수원 케이티위즈파크에서 열린 2015 타이어뱅크 KBO리그 kt와 원정경기에 6번타자 좌익수로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렸다. 징계 전이었던 지난 6월23일 대전 넥센전 이후 50일만의 복귀전. 경기를 앞두고 경희대학교에서 김성근 감독의 지도아래 특타까지 소화했다.
최진행의 복귀 첫 타석은 2-0으로 리드한 1회초 2사 1루에서 이뤄졌다. 타석에 들어서기 전 김광수 3루 베이스코치의 사인을 받은 최진행이 헬멧을 벗었다. 두 다리를 가지런히 모아선 최진행은 그라운드 정면의 kt 선수들을 향해 허리를 꾸벅 숙여 인사했다. 그리고 3루와 1루 관중석의 팬들에게도 허리 숙여 깊은 사죄의 의미를 표했다.

관중들은 야유 대신 격려의 박수를 보내며 움츠러든 최진행에게 힘을 실어줬다. 이에 최진행도 곧바로 응답했다. kt 선발투수 주권의 3구 가운데 낮은 124km 슬라이더를 힘껏 걷어 올렸다. 맞는 순간 쭉쭉 뻗어간 타구는 중앙 담장을 그대로 넘어갔다. 비거리 125m, 시즌 14호 홈런. 복귀 첫 타석을 홈런으로 장식한 순간이었다.
최진행은 홈런 직후 한숨을 내쉬었다. 홈런에도 표정은 펴지지 않았고, 담담하게 그라운드를 돌았다. 3루 덕아웃에서 동료들이 환하게 웃으며 반겼지만 최진행은 애써 기쁨을 억눌렀다. 그리고 3루 덕아웃의 관중들에게 다시 한 번 헬멧을 벗어 인사했다. 절친한 김태균의 품에 와락 안기며 복받쳐 오른 감정을 감추려 했다.
최진행은 2회에도 1사 1·3루에서 엄상백의 5구 직구를 밀어 쳐 우측에 빠지는 2타점 2루타로 연결했다. 스코어를 9-0으로 벌리는 쐐기타. 2타수 2안타 1홈런 4타점을 올린 최진행은 수비에서도 1회 앤디 마르테의 뜬공 타구를 침착하게 처리했다. 이어 3회 2사 1·2루에서 대타 조인성으로 교체돼 경기를 마쳤다. 심각한 두통 증세를 호소하며 교체됐고, 인근 병원으로 이동해 링거를 맞아야 했다. 복귀전에 대한 중압감에 짓눌린 것이다.
최진행은 1군 엔트리 복귀 날이었던 11일 "한국프로야구 전체에 진심으로 죄송하다. 제 인생에 있어 부끄러운 일로 남을 것이다. 앞으로도 그라운드에서 열심히 땀 흘리며 하는 것 외에는 만회할 수 없는 길이 없을 듯하다"고 말했다. 이날 최진행은 속죄의 홈런 이전 사죄의 인사로 마음에 남은 빚을 갚고자 노력했다. /waw@osen.co.kr

수원=김경섭 기자 greenfield@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