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로저스, '롤모델' 페드로와 특별한 인연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5.08.13 07: 25

KBO리그 데뷔와 함께 완투승 이어 완봉승. 한화 괴물 외국인 투수 에스밀 로저스(30)는 과연 누구에게 가장 많은 영향을 받았을까. 도미니카공화국 출신 투수답게 그의 롤모델은 역시 메이저리그를 지배했던 당대 최고 투수 '외계인' 페드로 마르티네스(44)였다. 
로저스는 지난 12일 수원 kt전을 앞두고 취재진에 둘러싸이며 KBO 데뷔 후 가장 긴 시간을 할애해서 이야기보따리를 풀었다. 가장 영향 받은 투수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마르티네스의 이름이 나왔다. 강속구를 던지는 도미니칸 우완 투수라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다. 
로저스는 "페드로의 전성기 시절 투구 영상을 많이 봤기 때문에 그에게 영향을 받았을 것이다. 도미니카 윈터리그에서 뛰었던 페드로와 만나 지도를 받은 적이 있다. 경기가 없는 날에도 페드로는 경기장에 나와 선수들에게 투구를 가르치곤 했다. 마운드에서 편안하게 경기를 즐길 수 있는 정신적인 면을 가르침 받았다"고 말했다. 

메이저리그를 지배한 최고 투수에게서 로저스가 배운 것은 기술보다 심리였다. 메이저리그 시절만 해도 로저스는 심리적인 면이 부족함 있는 선수라는 평가를 받았다. 로저스는 "페드로는 키가 크지 않지만, 마운드에서 타자를 압도하는 큰 강심장을 갖고 있다. 페드로는 나의 모델이며 그러한 마음가짐을 가장 배우고 싶다"고 이야기했다. 
적어도 KBO리그에서 로저스는 페드로 못지않은 지배력을 보여주고 있다. 로저스 스스로도 "나 역시 이 정도로 활약할 줄은 몰랐다"며 반복되는 4일 휴식 등판에도 "한국에 놀러온 것이 아니다. 꾸준히 로테이션을 소화하며 팀이 원하는 투구를 하는 것이 내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로저스는 투구 외적으로도 주목받고 있는데 등판하지 않는 날에도 덕아웃에서 응원단장을 자처하며 분위기를 한껏 돋우고 있다. 그는 "한국의 응원문화가 재미있다. 난 즐거운 사람이기 때문에 그런 모습이 보기 좋다. 한화의 육성응원을 따라한 것도 한국에 있는 모든 것을 배우고 싶기 때문이다"고 답했다. 
2경기 만에 에이스로 자리매김한 로저스, 벌써부터 한화 팬들은 내년 시즌에도 그를 보고 싶어 한다. 이에 대해 그는 "한국에 올 것이라고 전혀 생각 못했다. 2003년부터 메이저리그를 계속 꿈꿨기 때문이다"며 "한국에서 뛸 수 있는 기회를 준 신에게 감사하지만 내일 일도 모르는 게 사람 일이다. 당연히 내년의 일도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고 구체적인 답변을 피했다. 
어차피 내년은 내년의 일, 지금 KBO리그는 로저스의 투구가 지배하기 시작했다. KBO리그 페드로 마르티네스로 손색없다. /waw@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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