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농구에서 최고의 높이를 자랑하는 선수는 누굴까. 단연 김종규(24, LG, 207cm)다.
김동광 감독이 이끄는 남자농구대표팀은 13일 오후 진천선수촌에서 벌어진 대만대표팀과의 2차 평가전에서 93-71로 승리를 거뒀다. 한국은 이틀 전 대만에게 당했던 76-79 패배를 되갚았다. 하승진(햄스트링), 문태영(허리), 조성민(발목)은 부상으로 뛰지 못했다.
대만의 높이는 결코 만만치 않았다. 귀화한 흑인센터 퀸시 데이비스(32, 206cm)와 쩐웬딘(31, 204cm), 우다이하오(30, 203cm), 티엔레이(32, 203cm) 등 베테랑 빅맨들이 즐비하다. 신장은 한국과 비슷하지만 체격조건은 더 좋다. 스타일도 터프하다. 쩐웬딘은 12일 KGC인삼공사와의 경기서 강병현에게 전치 3주짜리 허벅지 부상을 입힌 장본인이다. 거친 몸싸움을 즐기는 그는 찰스 로드와 주먹다짐 직전까지 가기도 했다.

한국은 빅맨들의 기동력으로 승부했다. 특히 엄청난 점프력과 순발력을 겸비한 김종규가 핵심이었다. 김종규의 타점 높은 수비리바운드서 시작하는 한국의 속공은 위력적이었다. 김종규는 트레일러로 따라가 속공을 마무리하는 능력도 겸비했다. 대만전 3쿼터에서 김종규는 화끈한 덩크슛으로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김종규는 경희대시절 일찌감치 태극마크를 달았다. 당시만 해도 운동능력만 믿고 농구하는 스타일이었다. 하지만 프로에 진출하고 지난해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따면서 김종규의 소프트웨어도 업그레이드 됐다. 이제 김종규는 수비에서 상대 움직임을 읽고 한 발 먼저 움직이는 영리함까지 갖췄다. 대만전에서 김종규는 22점, 6리바운드, 3어시스트, 4스틸, 1블록슛으로 활약했다. 모든 분야에서 팀내 최고 활약이었다.
경기 후 김종규는 차가운 얼음물에 15분 이상 발을 담갔다. 발목이 좋지 않아 빠른 회복과 부상방지를 위한 자기관리였다. 김종규는 “이틀 전에 대만에게 져서 오늘 이겨서 복수하려고 했다. 전보다 경기력이 더 올라갔다. 약속된 움직임이 잘 됐다”고 평했다.
김종규는 이승현 또는 이종현과 골밑파트너로 호흡을 맞췄다. 누가 들어와도 호흡이 좋았다. 김종규는 “(하)승진 형이나 (이)종현이 모두 장점이 있다. 누가 들어와도 잘 맞는 것 같다. 김동광 감독님이 약속된 모션 오펜스를 주문하신다. 코트 안에서 쉴 새 없이 움직여야 한다”며 웃었다.
대표팀 골밑은 김주성과 오세근이 빠지고 하승진과 이승현이 합류했다. 사실상 주전센터로 낙점을 받은 김종규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졌다. 김종규는 “(오)세근이 형이 없어서 아쉽다. 있으면 팀에서 중심을 잘 잡아줬을 것이다. 작년 성적(아시안게임 금메달)의 분위기를 이어가야 한다”며 듬직한 모습을 보였다. / jasonseo34@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