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감한 승부로 타자들의 방망이를 누른 앤서니 스와잭(30, 두산 베어스)이 KBO리그에 부쩍 적응한 피칭을 계속하고 있다. 두산 선발진의 한 축으로 확실히 자리를 잡을 기세다.
스와잭은 지난 13일 잠실구장에서 있었던 '2015 타이어뱅크 KBO리그' NC 다이노스와의 경기에서 112구를 던지며 8⅓이닝 6피안타 7탈삼진 2볼넷 1실점 호투해 시즌 3승(3패)째를 따냈다. 이 경기 포함 최근 3경기에서 18⅓이닝 5실점(4자책)한 스와잭은 선발이라는 자리와 새로운 리그 환경에 적응해가고 있는 중이라는 것을 성적으로 증명하고 있다.
사실 완투에 대한 미련이 없지는 않았다. 경기 직후 완투 욕심이 있지 않았냐고 묻자 스와잭은 짧고도 명확하게 "그렇다"고 답했다. 하지만 이내 "그런 상황에는 대부분 코칭스태프가 더 현명한 판단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초반에 잘 던졌다면 완투할 수 있었을 것이다"며 9회에 물러난 것을 자신의 책임으로 돌렸다.

스와잭은 사실상 투 피치 조합으로 타자들을 상대했다. 싱커(두산 전력분석팀 자료에서는 투심 패스트볼로 분류)와 슬라이더였다. 112개의 투구 중에는 커브와 체인지업도 있었지만, 각각 2개에 불과했다. 하지만 두 가지 구종으로도 타자들을 상대하기엔 충분했다.
이날 경기에서는 에릭 테임즈도 힘을 쓰지 못했다. 30홈런-30도루를 앞두고 있던 테임즈는 스와잭에 4타수 무안타 2삼진으로 꽁꽁 묶였다. 스와잭은 "전략을 바꾼 효과가 있었다. 테임즈는 최고의 타자고, 사실 홈런이나 안타를 맞는 것보다는 어렵게 승부하며 볼넷을 내주는 것이 낫다. 이번에는 몸쪽을 공략해서 흔들어 놓은 것이 잘 먹혔지만 다음에 다시 만나면 어떻게 던질 것인지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며 상대 중심타자와의 돌아봤다.
공격적인 마음가짐으로 던진 것이 비결이었다. 스와잭은 이에 대해 "공격적인 피칭을 하겠다는 마음이었다. 한국에 온 뒤 처음에는 여러모로 생각이 많았는데, 그게 독이 됐다"고 전했다. 선발로 던진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는 구속도 지금보다 나오지 않았고, 자신 있는 두 가지 공 외의 다른 공이 차지하던 비중도 좀 더 높았다. 그러나 생각이 단순해지자 투구는 좋아졌다.
스와잭은 이어 "만약 내가 무너지더라도 내가 가진 최고의 공을 던지고 (그게 안 통해서) 무너지는 게 후회가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 싱커와 슬라이더가 내 최고의 무기고, 자신이 있었기에 공격적으로 던졌다"고 이야기했다. 후회 없는 피칭을 위해 그는 자신이 가장 잘 던질 수 있는 두 가지 공을 선택했고, 스스로를 시험대에 올렸다.
그리고 그 시도는 성공적이었다. 볼 배합에서 자신의 의도보다는 포수 양의지의 의사에 따르기로 한 뒤 치른 지난달 26일 마산 NC전 이후에는 김태형 감독도 스와잭이 달라졌다는 긍정적인 평가를 아끼지 않았다. 더스틴 니퍼트가 복귀 후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스와잭이 토종 좌완 원투펀치를 뒷받치할 수 있는 강한 선발투수로 우뚝 선다면 2위 경쟁 중인 두산도 NC에 밀리지 않을 수 있다. 자기 공에 자신을 갖고 던진 결과가 완투에 버금가는 역투였다는 점에서 1차 관문은 통과한 셈이다. /nick@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