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자이언츠 외야수 이우민(33)은 '이승화'라는 이름으로 33년을 살았다. 야구재능이 없는 것도 아니었고, 노력이라면 누구한테도 뒤지지 않을 만큼 했다. 그런데 야구가 생각만큼 잘 안 됐다. 야구가 좀 된다 싶으면 갑자기 부상이 그를 덮쳤다.
모든 걸 바꿔보고 싶었다. 그래서 33년 동안 써온 이름을 바꾸기로 했다. 손아섭을 비롯해 개명선수가 적지 않은 팀 분위기도 영향을 줬다. 올해가 마지막이라는 각오로 이우민은 프로에서의 15번째 시즌을 준비했다.
이우민은 장점이 확실한 선수다. 외야 수비능력이 뛰어나다. 타구판단과 수비범위, 송구 모두 A급 이상이다. 프로에서는 한 가지 장점만 있어도 오래 선수생활을 할 수 있다. 수비를 잘하면 대수비 선수로 뛸 수 있다. 그렇지만 거기에 만족하는 야구선수는 아무도 없다. 누구나 주인공을 꿈꾸며 땀을 흘린다.

이우민의 고민은 타격이었다. 통산타율은 2할3푼7리, 홈런은 10개를 기록하고 있다.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을 정도로 스윙연습을 했지만 성적은 따라오지 않았다. 이름을 바꾼 올해에도 1군 타격성적은 신통치 않았다. 1군에서 백업 외야수로 7월까지 32경기에 나섰지만 타율은 1할6푼에 그쳤다.
갑자기 8월들어 야구공이 그의 방망이를 따라붙기 시작했다. 8월 9경기에서 모두 안타를 기록하며 월간타율 5할1푼6리 2홈런 4타점 7득점을 기록 중이다. 덕분에 시즌 성적은 타율 2할9푼6리 4홈런 12타점을 기록 중이다. 커리어 통산 홈런 10개인 이우민은 올해만 홈런 4개를 치며 이미 최다기록은 경신했다.
이우민은 2군에서 모토니시 아쓰히로 2군 타격코치의 조련을 받았다. 올해 2군에서 1군에 올라 온 선수들은 모두 모토니시 코치에게 감사인사를 한다. 타격이론에 정통한 모토니시 코치는 선수들마다 딱 맞는 타격폼을 잡아서 지도해줬다. 이우민 역시 '타격 할 때 손을 앞으로 내라'는 조언을 받고 감을 잡았다.
지금 이우민이 1군에서 보여주고 있는 활약은 이름을 바꾼 덕분이라기보다는 이제까지 그가 흘렸던 땀방울이 보상을 받고 있다고 봐야 한다. 올해 우리 나이로 서른넷, 이우민이 서서히 자신만의 야구를 꽃피울 준비를 하고 있다. /cleanupp@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