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C 부동의 유격수 손시헌(35)의 올 시즌 출발은 힘겨웠다. 개막 9경기 연속 무안타에 그친 그는 10번째 경기였던 4월11일 마산 SK전에서야 첫 안타를 신고했다. 지난해 마지막 4경기 12타석에서 안타를 기록하지 못한 손시헌은 올해 개막 후에도 36타석 연속 무안타 침묵을 지켰다. KBO리그 역대 최장 48타석 무안타 불명예 기록을 갈아치운 것이다.
첫 단추부터 잘못 꿴 손시헌은 전반기 대부분의 시간을 1할대 타율에 머물렀다. 4월24일 마산 LG전에야 1할대 타율에 진입한 손시헌은 7월15일 마산 SK전에 2할대 진입하기 전까지 거의 3개월 가까이 1할대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전반기 244타수 49안타 타율 2할1리. 전반기 기준 규정타석을 채운 타자 51명 중 최하위였다.
자칫 1할대 타율로 끝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없지 않았지만 후반기 손시헌은 완전하게 다른 타자가 됐다. 3할 타자로 급반전한 것이다. 손시헌은 후반기 20경기에서 62타수 19안타로 타율 3할6리를 기록 중이다. 전반기에는 79경기 27타점으로 경기당 0.34타점이었지만 후반기 20경기 18타점으로 경기당 0.90타점을 올리고 있다. 찬스에서 해결 능력까지 보여준다.

손시헌의 타율 3할6리는 후반기 기준 규정타석을 채운 타자 70명 중 31위에 해당한다. 손시헌이 하위타선에서 힘을 실어주며 NC의 타선도 더욱 힘을 받고 있다. 최근 6경기 중 5경기에서 2안타 이상 멀티히트로 매섭게 몰아치고 있다. 어느새 시즌 타율도 2할2푼2리로 올랐다. 여전히 시즌 규정타석을 채운 타자 51명 중 가장 낮은 순위. 바로 위에 위치해있는 50위 김태군(NC·.258)과도 상당한 차이가 나기 때문에 최하위를 벗어나기는 어렵지만 초반에 비해 크게 향상됐다.
손시헌은 통산 타율 2할6푼3리에서 나타나듯 수비 부담이 큰 유격수로서는 수준급 타격 능력을 보였다. NC 이적 첫 해였던 지난해 규정타석은 채우지 못했지만 개인 최고 2할9푼3리의 타율을 쳤다. 올해 신인 시절이었던 2003년(.220) 이후 가장 낮은 타율이지만 늦게나마 손시헌다운 타격이 되고 있다.
비록 타격은 깊은 슬럼프에 시달렸했지만 수비에서 손시헌의 존재감은 여전했다. 유격수로 리그에서 4번째 많은 785⅔이닝을 소화하며 실책 10개로 막고 있다. 600이닝 이상 소화한 유격수 중 LG 오지환(.979)에 이어 수비율 2위(.975)로 건재함을 자랑한다.
무엇보다 올 시즌 NC의 103경기 중 99경기(97선발)를 출장하며 4경기만 결장했다. 지난 2010년 두산(128경기) 시절 이후 부상으로 100경기 이상 뛰지 못했는데 올해 5년만의 100경기 출장도 눈앞이다. 타격 부진 속에서도 꾸준한 출장과 안정된 수비로 팀에 기여한 손시헌, 이제는 타격까지 살아나며 공수에서 더욱 존재가치를 빛내고 있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