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계투요원이 등장하면서 변수가 생기고 있다.
경기당 2명으로 제한한 외국인 선수의 출전 규정 때문이다. KIA는 작년 하이로 어센시오를 소방수로 기용했다. 외국인 선발투수가 등판하면 타자 브렛 필은 자동으로 쉬었다. 소방수의 출전 여부가 경기 막판에 결정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 대신 필은 역전을 노리는 상황에서 대타로 가끔 나섰다.
에반 믹이 중간계투 요원이 되면서 운용법이 외국인 소방수와 달라졌다. 우선은 외국인 타자를 쉬게 하면서 에반을 등판시키는 기용법이 있다. 경기 상황에 따라 에반이 아닌 외국인 타자 브렛 필을 투입할 수도 있다. 반대로 에반을 벤치에 앉히고 브렛 필을 처음부터 출전시키는 방안도 있다. 그런데 타선과 필승맨이 약한 KIA에게는 둘 모두가 고민이다.

먼저 타선을 생각한다면 후자가 정공법일 수도 있다. 왜냐면 필은 KIA 타선에는 절대적인 존재이다. 3할2푼6리, 15홈런, 75타점, 13도루를 기록하고 있다. 여기에 11개의 결승타와 득점권은 타율 3할5푼6리에 이른다. KIA의 '기승전필'을 벤치에 줄곧 앉히는 것은 도박일 수 있다. 에반을 불펜으로 돌릴때부터 김기태 감독이 고민에 빠진 이유였다.
그 고민 끝에 나온 에반의 기용법이 있었다. 스틴슨이 등판하기 전날 에반을 풀가동하는 것이다. 어차피 하루는 쉬기 때문에 선발투수들이 부진하면 곧바로 교체하고 불펜을 조기 가동한다. 많게는 3이닝까지도 소화한다. 선발투수 뒤에 나오는 1+1에 전략이 될 수도 있다. 또 하나의 방식은 이닝을 조절하면서 전날까지 연투 횟수를 늘릴 수도 있다. 이것은 에반의 휴식을 감안한 포석이었다.
그런데 에반이 스틴슨 등판 전날 출전하지 못하면 이틀 연속 휴식을 주기에는 아깝다. 12일 두산전에서 원래는 에반을 두 번째 투수 김광수 뒤에 대기 시켰다. 그러나 타선이 폭발하면서 대승을 거두자 등판하지 않았다. 스틴슨이 13일 삼성전에 등판하자 김기태 감독은 브렛 필을 선발라인업에서 뺐다. 상황에 따라 카드를 결정하겠다는 심산이었다.
김 감독은 2-3으로 뒤진 가운데 스틴슨을 조기에 내리고 에반을 5회에 내세우는 선택을 했다. 그러나 에반이 볼넷 2개를 내주었고 2타점 적시타를 맞는 바람에 무위에 그쳤다. 필도 통째로 강제휴식을 했다. 김 감독은 스틴슨이 삼성에 강했고 상대투수가 윤성환이라는 점을 고려해 에반에 윤석민까지 불펜을 총동원하는 투수전을 그렸을 것이다.
필이 없지만 그래도 타선이 한 두 번은 터질 것이고 계투책으로 승산이 있다고 보았다. 그러나 스틴슨이 초반 3실점했고 결정적으로 에반이 2실점했다. 결국 에반이 실점을 하면서 승부수가 허사가 되는 것을 목도했다. 더욱이 심동섭, 한승혁, 박정수 등 뒤를 이은 구원진이 4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았다.
타선에 필에 필적하는 강한 타자들이 포진해 있다면 고민할 일이 없다. 그냥 필을 빼면 된다. 반대로 13일 경기처럼 다른 필승맨이 건재하다면 에반을 벤치에 앉히면 된다. 그래서 아직은 정답은 없다. 단지 경기 상황과 결과가 말해줄 뿐이다. 스틴슨의 다음 등판하는 날 김기태 감독의 선택이 궁금해진다. /sunn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