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때 프로야구 선수를 꿈꿨지만 불의의 부상에 그 꿈을 접었다. 중학교 3학년 때의 일이었다. 그랬던 ‘베이스볼키드’가 마운드에 섰다. 선수로 선 것은 아니었지만 항상 꿈꿨던 그 무대에서 힘차게 공을 던졌다. 그룹 히스토리의 리더 송경일의 특별한 이야기다.
송경일은 14일 인천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SK와 LG와의 경기를 앞두고 시구를 했다. 송경일은 당초 6월 30일 인천 SK-kt전을 앞두고 시구를 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비로 경기가 취소되며 그 뜻을 이루지 못했다. 스스로 매우 아쉬워했고 재진행 일정을 잡은 결과 이날 멋진 시구를 할 수 있었다.
보이그룹의 리더로 야구와는 큰 관련이 없을 것 같지만 송경일은 그렇지 않다. 야구에 대한 꿈, 그리고 아픈 기억이 있다. 송경일은 야구 엘리트 선수의 산실인 성동초등학교과 잠신중학교에서 야구를 했다. 중학교 3학년 때까지 엄연한 등록 선수로 뛰었다. 당시 동기였던 민병헌이 지금은 두산의 간판선수 중 하나로 뛰고 있다. 이용규(한화)가 선배, 김민성(넥센)이 후배로 한 팀에서 뛰었다.

송경일은 “당연히 그 때는 프로선수가 목표였다”라고 떠올렸다. 그러나 불의의 부상을 당한 것에 이어 이런 저런 사정으로 야구선수에 대한 꿈을 접었다. 시간이 오래 지나기는 했지만 개인적으로는 아직도 아픈 상처로 남아있다.
야구선수의 꿈을 이루지는 못했지만 야구를 떠난 것은 아니었다. 팬으로 남았다. 송경일은 “야구를 엄청 좋아한다. 경기도 많이 본다”라고 해맑게 웃었다. 그리고 14일 시구자로 평생 꿈꿨던 프로야구장의 마운드를 밟았다.
보통 다른 시구자보다 훨씬 더 일찍 경기장에 도착한 송경일은 SK 우완 에이스 윤희상과 20분 이상 몸을 풀며 진지하게 시구를 준비했다. 실내 연습장에서 점차 거리를 늘려가며 캐치볼을 하던 송경일은 간이 마운드에서 힘차게 공을 던졌다. 윤희상은 “시구 지도를 정말 많이 했지만 이렇게 하나도 안 가르쳐 준 시구자는 처음이다”라고 웃으면서 “120㎞ 이상은 충분히 나올 것 같다. 야구를 그만뒀지만 한 때 야구를 했던 그 폼이 그대로 남아 있어 일반인과는 확실히 다르다”고 연신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팬들의 환호를 받는 무대에서 숱한 공연을 한 송경일이었지만 이날 시구를 앞두고 긴장감을 감추지는 못했다. 연신 “긴장된다”라는 말과 함께 연습을 마친 송경일은 “긴장될 때는 차라리 현실을 인정하고 마음을 편히 먹어라”라는 윤희상의 조언을 받은 끝에 마운드 위에 섰다. 송경일은 관중석을 향해 공손히 인사한 뒤 한 차례 숨을 고르고 힘차게 공을 던졌다. 송경일의 손에서 떠난 꿈은 112㎞의 속도로 포수 이재원에게 향했다.
송경일은 시구 후 “개인적으로 야구에 대한 아쉬움이 많았는데 오늘 드디어 그 꿈을 이룬 것 같다”라고 활짝 웃으면서 “정말 오래간만에 야구장에 다서 섰는데 꿈만 같다. 긴장이 됐지만 많은 분들 앞에서 시구를 할 수 있어서 큰 영광이었고 또 감사하다”라고 벅찬 심정을 밝혔다. 어느 한 사람의 간절했던 소원을 이룬 감격적인 시구였다. /skullboy@osen.co.kr
SK 와이번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