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선발’ 유원상, 패배에도 빛난 역투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5.08.14 21: 51

선발이 일찍 무너진 상황에서 두 번째 투수는 큰 부담감을 가지고 마운드에 오를 수밖에 없다. 분위기가 어려운 시점에서 상대의 도망가는 발목을 붙잡지 못하면 경기가 그대로 넘어가기 때문이다. 그런 측면에서 패하긴 했지만 LG는 유원상(29)의 호투에 위안을 삼을 수 있는 경기였다.
부상 복귀 후 LG 마운드에서 비중을 넓혀가고 있는 유원상은 14일 인천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SK와의 경기에 예상보다 일찍 마운드에 올랐다. 이날 선발인 이준형이 제구난에 시달렸고 수비 지원까지 받지 못하며 1회에만 4실점을 했기 때문이다. 전날 대승으로 필승조 동원에 여유가 있었던 LG 벤치는 기민하게 움직였다. 곧바로 유원상을 올리며 승부수를 냈다.
2사지만 주자가 꽉 들어차 있는 상황이었고 상대는 3할3푼 이상의 고타율을 기록하고 있는 좌타자 이명기였다. 그러나 유원상은 동요 없이 자신의 임무를 충실하게 수행했다. 이명기를 삼진으로 잡고 더 이상 추가 실점을 하지 않은 것. LG가 대량실점의 위기에서 극적으로 살아나는 순간이었다.

뒤지고 있는 상황에서 유원상은 자신의 몫을 다했다. 2회에는 선두 박계현에게 우전안타를 맞았지만 이재원과 정의윤을 처리한 뒤 박계현의 2루 도루 시도를 잡아냈다. 3회에는 1사 후 김강민에게 좌중간 2루타를 허용했지만 브라운을 2루수 땅볼로, 최정민의 기습번트를 스스로 처리하고 불을 껐다.
4회에도 선두 김성현을 몸에 맞는 공으로 내보내는 등 위기가 있었다. 하지만 이명기를 2루 땅볼로, 박계현을 2루수 뜬공으로, 이재원을 1루수 파울 플라이로 잡아내고 실점을 허용하지 않았다. 5회에도 마운드에 오른 유원상은 정의윤을 우익수 뜬공으로, 박정권을 삼진으로, 김강민을 중견수 뜬공으로 잡아내며 순항을 이어갔다.
몇 차례 수비 도움도 받은 유원상은 6회 선두 브라운의 타구가 가운데 담장 앞에서 잡히며 한숨을 돌렸다. 유원상의 임무는 거기까지였다. 승리, 홀드, 세이브와 같은 기록이 나오지는 않았지만 4⅔이닝 동안 59개의 공을 던지며 2피안타 3탈삼진 무실점으로 굳건히 버텼다. 이는 LG가 막판까지 지근거리에서 SK를 추격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됐다. 비록 팀은 막판 무너지며 2-8로 졌지만 올 시즌 기대치에 비해서는 못한 성적을 내고 있는 유원상이 오래간만에 자신의 이름값을 한 날이었다. /skullbo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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