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김성근 감독은 작전을 많이 쓰는 스타일이다. 김 감독은 "대타는 한 명 갖고 안 된다. 대타에는 3가지 유형이 필요하다. 찬스를 만들 때와 승부처에서 쓸 때 그리고 평범한 상황이 있다. 상대 투수와 경기 흐름에 따라서도 대타가 많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래서 김 감독은 승부처에서 대타 카드로 분위기 전환을 노린다. 5월14일 대구 삼성전 김태균의 대타 만루 홈런, 5월30일 울산 롯데전 이성열의 대타 역전 스리런 홈런처럼 인상 깊은 장면도 있었지만 거의 대부분 대타 작전이 뜻대로 되지 않고 있다. 특히 13~14일 목동 넥센전에서 대타들이 승부처에서 침묵을 지키며 아쉬움을 삼켜야 했다.
13일 경기에서는 0-5로 끌려 다닌 4회 2사 만루 황금 찬스를 잡았다. 김 감독은 주현상 대신 일발 장타력을 갖춘 김회성을 대타로 썼다. 그러나 김회성은 라이언 피어밴드와 풀카운트까지 가는 승부 끝에 헛스윙 삼진을 당했다. 추격 흐름이 끊긴 순간이었다.

14일 경기에도 2-4로 뒤진 4회 1사 1·3루에서 장운호의 자리에 박노민을 대타로 기용했다. 전날 8회 대타로 나와 총알 같은 타구로 우전 적시타를 터뜨린 감을 믿었다. 그러나 박노민은 앤디 밴헤켄의 포크볼에 타이밍을 맞추지 못하며 3구 헛스윙 삼진 당했다.
결국 한화는 점수를 내지 못한 채 이닝을 마치며 추격 흐름이 끊겼다. 6회초 2사 1·2루 찬스에서도 송주호의 타석에 김회성을 대타 투입했지만, 유격수 땅볼로 아웃돼 역시 득점에 실패했다. 두 번의 대타 작전이 모두 실패로 돌아가며 한화는 2득점에 머물렀다.
이날만의 문제가 아니다. 한화는 올해 대타 성적이 143타수 28안타로 타율이 1할9푼6리에 불과하다. 롯데(.193)에 이어 9위에 해당하는 기록. 과감하게 뽑아든 대타 카드 성공률이 2할도 되지 않는다. 제 아무리 김성근 감독이라도 쉽게 해결되지 않는 난제다.
이성열이 대타로 12타수 5안타를 치며 팀 내 최고 4할1푼7리의 타율을 기록 중이고, 김태균·한상훈·박노민이 9타수 3안타로 3할3푼3리를 쳤다. 그러나 김태완이 12타수 2안타(.167), 김회성이 9타수 2안타(.222), 이시찬·황선일·고동진이 각각 7·6·5타수 무안타다.
김 감독은 2007년부터 2011년 8월 중도 퇴임 전까지 SK를 4년 반 동안 이끌며 대타 타율 2할5푼2리를 기록, 동기간 리그 2위를 기록했다. 이재원(.338·27/80) 김재현(.316·37/117) 박재홍(.286·18/63) 이호준(.283·15/53) 등 신예와 베테랑의 조화가 잘 어우러졌다.
그러나 올해 한화에서는 김 감독이 구상한대로 흘러가지 않고 있다. 1군 복귀가 임박한 외국인 타자 제이크 폭스를 비롯해 이성열과 이종환 등이 부상에서 돌아와야 해결될 기미가 보일 것이다. 지금 이대로라면 한화의 대타 작전을 기대하기 어렵다. /waw@osen.co.kr
목동=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