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업 기다림’ 이병규 야구는 끝나지 않았다
OSEN 윤세호 기자
발행 2015.08.15 07: 35

LG 트윈스 프랜차이즈 최고 타자는 이병규(41·9번)다.
이병규는 1997년 입단 후 2015년까지 18년 동안(일본 주니치에서 뛴 2007년부터 2009년 제외) 1721경기를 뛰었고, 타율 3할1푼1리 2037안타 161홈런 971타점 147도루 992득점을 기록 중이다. 안타수와 타율, 타점, 득점 등 타격과 관련된 대부분의 지표에서 구단 최고 기록을 세우고 있다. 골든글러브 7회 수상, 1997년 신인왕 수상, 타격왕 2회 수상, 최다안타 4회 수상 등 LG에서 이병규보다 화려한 커리어를 자랑하는 타자는 없다. 
하지만 현재 이병규는 1군 무대서 종적을 감춘 상태다. 지난 5월 19일 목동 넥센전서 허벅지 부상을 당했고, 아직도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 컨디션이 나쁜 것은 아니다. 6월 27일부터 퓨처스리그를 소화, 어느덧 21경기나 뛰었다. 수비도 나서고 있으며 지난 12일 경찰청전에선 3타수 2안타 2타점에 도루까지 기록했다. 퓨처스리그 타율은 2할3푼8리로 낮지만, 이병규 같은 베테랑들에게 2군 성적이 1군 콜업의 기준은 아니다.

문제는 팀 상황이다. LG는 후반기 들어 현재보다는 미래에 치중하고 있다. 젊은 선수들에게 기회를 주는 방향으로 움직이는 중이다. 그러면서 서상우 양석환 문선재 채은성 박지규 등이 꾸준히 그라운드에 서고 있다. 좌타자 서상우는 24경기 50타석서 타율 4할3푼2리 2홈런 7타점 OPS 1.182로 맹활약 중이다. 그런데 서상우는 마땅한 수비 포지션이 없다. 선발 출장시 서상우의 자리는 지명타자다. 이병규는 최근 3년 동안 지명타자로 가장 많이 출장했다. 지금 몸 상태라면 외야 한 자리를 소화할 수 있지만, 이미 1군에는 박용택 이진영 임훈 등이 베테랑 외야수들이 포진해 있다.
감독과 코칭스태프에게 이병규는 계산이 서는 선수다. 팀 성적이 급하면 이병규를 올려야한다. 선발 출장하지 못해도, 결정적 순간 대타로 빛을 낼 수 있다. 실제로 이병규는 지난 4월 10일 잠실 두산전에서 대타로 결승 3점 홈런을 쏘아 올렸다. 올 시즌 LG 팬들에게 이보다 짜릿했던 홈런은 없었을 것이다. 그런데 지금은 이병규의 홈런보다 서상우의 한 방이 중요할지 모른다. 2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은 과거가 됐다. 당장 새로운 주역을 발굴해내지 않으면, 다시 10년 암흑기와 마주할 수 있다.
이병규도 이를 모르지 않는다. 그래서 더 열심히하고 있다. 1군에서 1700경기 이상을 뛰었으나, 잠실구장을 향한 갈증은 다른 2군 선수들과 마찬가지다. 그렇다고 자기 자신만 챙기는 것은 아니다. 잠실이 아닌 이천에서도 이병규의 역할을 똑같다. 팀 내 최고참으로서 후배들을 향해 조언을 아끼지 않는다. 스무 살 차이 나는 후배들에게 먼저 다가가 농담을 던진다. 지난 13일에는 배팅볼 투수를 자처하며 파이팅을 외쳤다. 이진영과 함께 진행했던 메리트 제도도 유지되고 있다. 이병규는 “후배들이 지치고 힘들 때마다 보너스를 건다. 얼마 전에는 유재호가 경기 MVP로 선정됐다. 다른 목적은 없다. 단지 여기서 고생하는 후배들에게 내가 조금이라도 도움이 됐으면 한다. 베테랑이기 때문에 나 자신 뿐이 아닌, 팀 전체도 챙겨야 한다”고 말했다.
 
이천에서 상주하는 LG 구단 관계자는 “베테랑 선수가 2군에 오면 개인 훈련에만 치중하는 경우가 있다. 그런데 이병규는 오히려 2군 선수들보다 열정적으로 단체 훈련에 임한다. 지금까지 단 한 번도 훈련량에서 후배들보다 뒤쳐진 적이 없다. 이병규로 인해 2군 선수들이 자극받고 더 잘 하려고 한다”고 전했다.
이병규는 자신이 처한 상황에 대해 말을 아꼈다. 행여 1군에 피해가 되지는 않을까 조심하는 듯했다. 이병규는 “처음에 2군에 왔을 때는 후배들이 나를 곧 나갈 사람으로 봤던 것 같다. 그런데 여기에 있는 시간이 이렇게 길어지고 말았다”며 “물론 이 시간들도 대단히 소중하다. 나중에 다른 위치에서 이 선수들을 다시 봤을 때 큰 도움이 될 것이다. 하지만 지금 여기 있는 게 마냥 좋은 일은 아닌 듯싶다”고 쓴웃음을 지었다.
이병규는 다른 2군 선수들과 마찬가지로 이천 숙소에서 숙박 중이다. 일요일 밤을 제외하면, 매 순간을 2군 선수들과 함께 한다. 1군에서 호출을 받는 그날까지 이병규는 2군 선수들의 리더로서 최선을 다할 것이다. 이병규의 야구는 끝나지 않았다. / drjose7@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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