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혼과 투지, SK는 기회를 기다린다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5.08.15 07: 35

13일 LG전 종료 직후 SK 선수단은 한 자리에 모였다. 선수단 미팅이 소집됐다. 경기 후 선수단 미팅을 곧바로 갖는 것은 그렇게 흔한 일은 아니었다. 이날 SK는 LG 방망이의 기록적인 폭발력에 밀려 7-16으로 허무하게 무너졌다. 이에 승패차는 올 시즌 들어 처음으로 -2가 됐다. 7위까지 내려앉았다. 당연히 공기는 무거울 수밖에 없었다.
김용희 SK 감독은 이날 미팅 내용에 대해 “야구적인 이야기였다”라고 말을 아꼈다. 하지만 ‘네 탓’을 하는 자리는 아니었다. “다시 한 번 해보자”라는 이야기가 주를 이뤘다. 한 선수는 “경기 내용에 대해 질책하는 분위기는 아니었다. 앞으로 힘을 내서 경기를 하고 무거운 분위기를 떨쳐내자는 결의를 하는 자리였다”라고 말했다. 위기라면 위기였지만 아직 시즌이 끝나지 않았음을, 그리고 기회가 반드시 찾아올 것이라는 믿음을 재확인하는 자리였다.
미팅 다음 날인 14일 인천 LG전. SK 선수단은 새로운 각오로 무장한 듯 선수단 전체가 일사분란하게 움직였다. 이 경기가 중요하다는 것을 모두가 알고 있었다. 에이스 김광현부터가 남다른 마음가짐으로 경기에 임했다. 경기 중 왼팔 전완근에 경련이 올 정도로 혼신의 힘을 다해 던졌다. 포수 이재원은 무거운 포수 장비를 차고 상대 주자를 잡기 위해 온몸을 던졌다.

신뢰와 믿음, 그리고 서로에 대한 격려는 여러 곳에서 보였다. 김광현은 박계현 이명기 등이 호수비를 할 때마다 박수를 쳤다. 윤길현은 동료의 실책으로 1점을 내주는 과정에서도 ‘괜찮다’라며 힘을 불어넣었다. 전날 무기력하게 무너진 타자들은 집중력을 발휘했다. 김광현이 1회 먼저 점수를 주자 1회 반격에서 곧바로 4점을 내며 전세를 뒤집었다. 7회 LG가 1점을 따라오자 이번에는 8회 브라운과 김성현이 대포를 쏘아 올리며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8-2의 기분 좋은 승리, 연패를 끊는 기분 좋은 승리였다.
포스트시즌 진출 마지노선인 5위 한화와의 승차는 1경기. 하지만 1경기 뒤진 팀 치고는 분위기가 썩 좋지 않았던 것이 SK다. 주축 선수들의 공백이 크다. 8월 들어 곤혹스러울 정도로 무너진 마운드는 별다른 호재가 없다. 외국인 선수 크리스 세든은 부진으로 2군에 내려갔다. 윤희상은 어깨 쪽의 회복이 다소 더뎌 선발 등판 간격의 조정이 필요하다. 박종훈은 풀타임 첫 해 누구나 맞이하는 고비가 왔다. 올라올 자원도 마땅치 않다. 가장 기대를 걸었던 백인식은 팔꿈치 부상으로 피칭을 중단한 지 꽤 됐다. 이렇다 할 수를 쓰기가 쉽지 않다. 김용희 감독의 남모를 고민도 계속되고 있다.
타선에서는 간판스타인 최정의 부상이 뼈아프다. 11일 사직 롯데전에서 귀루 중 베이스를 밟다 오른쪽 발목 인대를 다쳤다. 스스로는 조기 복귀에 대한 의지를 불태우고 있지만 3~4주간 결장해야 한다. 조동화 박진만 이대수 나주환 김연훈 등 클럽하우스, 그리고 덕아웃의 리더들은 부상 및 이런 저런 이유로 1군에서 빠져 있다. 선수단 내의 리더십 공백이 확 드러났다.
그러나 주저앉아 있을 수는 없다. 어차피 부상 공백은 다른 팀들도 있다. SK는 당초 치고 나가야 할 시점이라고 생각했던 순간 부상자가 한꺼번에 몰렸다는 차이점 정도만 있을 뿐이다. 이를 이겨내야 진정한 강팀이고 가을잔치에 나갈 자격이 주어진다. 5위와의 승차도 크지 않다. 순위는 언제든지 바뀔 수 있고 아직 40경기가 넘게 남았다. “차분하게 풀어나가면 기회는 반드시 온다”, 이것이 13일 경기 후 SK 선수단이 다시 되새긴 진리였다.
선수들은 투지를 발휘하고 있다. 김광현은 경련에도 불구하고 6회에도 던지겠다고 이야기했다. 코칭스태프가 만류해 이뤄지지는 않았지만 동료들에게 주는 ‘메시지’는 가볍지 않다. 상태가 썩 좋지 않은 윤희상도 “팀 성적이 이런데 계속 쉬고 있을 수는 없다”라며 독한 의지를 드러냈다. 정의윤은 연타석 홈런에 대해 “팀이 졌는데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팀을 먼저 내세운다. 다음 주면 세든, 조동화 등 돌아올 선수들도 있다. ‘One Team, One Spirit’라는 구호가 무색하지 않다면, SK에게도 반드시 기회는 찾아올 것이다. /skullbo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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