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에도 가을 DNA가 전염된 것일까. 7월 한 달 동안 극심한 부진에 시달렸던 SK 외국인 타자 앤드류 브라운(31)이 입추를 전후해 펄펄 날고 있다. 화끈한 홈런포는 물론, 타율까지 끌어올리며 SK 타선을 지탱하는 한 축으로 거듭났다.
브라운은 14일 인천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LG와의 경기에서 4-2로 쫓긴 8회 봉중근을 상대로 좌측 담장을 넘기는 쐐기 3점포를 터뜨렸다. 팀이 추격을 당하고 있는 상황에서, 그리고 LG가 이동현 봉중근이라는 필승조를 차례로 올리며 마지막까지 경기를 포기하고 있지 않은 상황에서 상대의 추격 의지를 완전히 꺾는 결정적인 대포를 쏘아 올렸다. 사실상 브라운의 홈런으로 이 경기는 마무리가 됐다.
이 홈런은 브라운의 시즌 24호 홈런이었다. ‘결정적인 순간 약하다’라는 비판을 받기도 하는 브라운이지만 어쨌든 24개라는 많은 홈런을 쳤다. 지금 페이스라면 30개 이상의 홈런도 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오는데 이런 수치는 영양가 논란을 상당 부분 희석시킬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주목할 만한 것은 전체적인 방망이가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는 점이다.

사실 7월까지만 해도 성적이 처지던 브라운이었다. 브라운은 7월 한 달 동안 타율이 2할1푼1리까지 처졌다. 2할을 못 친 루이스 히메네스(LG) 다음으로 타율이 낮았다. 홈런도 2개에 불과했다. 심리적인 측면도 큰 압박을 받았지만 브라운의 약점을 공략하는 상대의 손길이 집요해졌다. 데이터상 브라운은 바깥쪽 코스에 약점을 가지고 있는데 장타를 의식해 당겨 치려다 보니 땅볼과 삼진이 많아졌다.
하지만 8월 들어서는 조금 달라지고 있다. 바깥쪽에 대한 약점을 스스로 커버하려는 움직임이 보인다. 여전히 장타는 좌측 방향이 많지만 밀어 치거나 가운데로 보내는 타구가 조금씩 늘어나고 있다. 14일 경기에서도 안타는 하나에 그쳤지만 세 개의 타구가 모두 잘 맞았다. 두 번째 타석에서는 중견수 방향으로 빠지는 타구가 2루수 시프트에 걸렸고 세 번째 타석에서는 중월 홈런에 1m가 모자란 큰 타구를 날리기도 했다.
브라운은 실투를 용납하지 않는 스타일이다. 바깥쪽 승부를 하려다가도 공 한 개만 가운데로 몰리면 담장 밖으로 넘길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다. 이렇게 차츰 정상적인 타격 페이스를 찾아가고 있는 브라운은 8월 절반 일정을 소화한 가운데 타율 3할2푼4리에 4홈런, 그리고 11타점을 기록했다. 주자가 있는 상황에서의 타율은 3할3푼3리, 득점권에서의 타율은 3할7푼5리다.
4번에 들어갈 때 다소 부진하다는 약점은 있지만 4번을 제외한 나머지 타순에서의 타율은 괜찮은 편이다. 여기에 최정이 빠진 상황에서 최근에는 3루 훈련까지 병행하며 선발 출격을 기다리고 있다. 브라운이 3루로 들어간다는 것은 그날 SK가 공격으로 승부를 보겠다는 의지와 다름이 없다. 브라운의 방망이에 대한 신뢰이기도 하다. 어쩌면 최정이 빠진 SK 타선의 히든카드는 가까운 곳에서 찾을 수도 있다. /skullbo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