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군 선수들이 화려한 조명탑 불빛 아래 그라운드를 누빌 때 2군 선수들은 땡볕에서 희망찬 내일을 꿈꾸며 오늘도 구슬땀을 흘립니다. "1군에서 선발로 한 번만 뛰어보고 싶다"는 2군 선수들의 꿈과 희망은 현실이 되기도 합니다. 내일의 스타를 꿈꾸며 오늘을 살고 있는 2군 유망주들을 OSEN이 한 명씩 소개합니다.
내야수 장준원(20)은 LG 트윈스의 장기 프로젝트다. 2014 신인 드래프트 2라운드에서 지명을 받았을 당시, 강한 어깨와 컨택 능력이 스카우트의 눈을 사로잡았다. LG 구단 관계자는 “준원이는 고등학교 시절 어깨가 워낙 좋아서 가끔 마운드에도 올랐다. 전문적으로 투수를 했던 것은 아니지만, 구속을 144km나 찍었다. 타자로서 맞히는 데에도 재능이 있었다. 우리가 제대로 키워보자는 마음으로 지명했다”고 2013년 8월 신인 드래프트 당시를 돌아봤다. 지난 13일 이천 챔피언스파크에서 장준원을 만나 이런저런 이야기를 들어봤다.
많은 신예 선수들이 그렇듯, 장준원에게도 프로의 벽은 높았다. 지난해 2군과 3군을 오갔고, 2014시즌 후 목표로 삼았던 경찰청 입대도 이뤄지지 않았다. 육성선수 신분으로 2015시즌을 맞이, 더딘 출발을 보였다. 하지만 장준원은 올해 기량이 부쩍 향상, 2군 주전 유격수로 도약했다. 14일까지 퓨처스리그 68경기에 출장해 타율 3할2푼4리 3홈런 26타점 26득점 OPS 0.848을 기록 중이다. 수비서도 뛰어난 송구 능력을 바탕으로 매 경기 안정감을 더하고 있다.

“작년에는 급했다. 경기에 나가서 잘하고 싶은 생각 밖에 없었다. 그런데 정작 어떻게 해야 하는지는 몰랐다. 그래서 경기는 못 나가고 3군에 있는 시간도 많았다. 그래도 작년이 나를 돌아볼 시간이 된 것 같다. 올해부터 힘든 시기는 지났다고 생각한다. 올해는 훈련에 집중하고, 성적은 그 다음에 나오는 것이라고 다짐했다. 결과보다 과정을 잘 만들려고 했다. 작년과 올해는 마음가짐부터 상당히 달랐던 것 같다.”
덧붙여 장준원은 올 시즌 자신에게 꾸준히 출장기회를 준 김동수 감독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사실 올 시즌도 초반에는 좋지 않았다. 그래도 감독님께서 기회를 많이 주시고 훈련도 많이 시켜주셨다. ‘못해도 되니까 자신 있게 하자’고 말씀을 많이 해주셨다. 계속 경기에 나가다보니 좋아진 것 같다. 안타도 많이 나오고 수비도 안정됐다. 수비서 불안함이 많이 줄어들었다. 시즌 초반에는 1루도 봤는데 최근에는 유격수로 주로 나가고 있다. 3루도 가끔씩 본다. 여러 자리를 경험해보고 싶다. 감독 코치님도 나를 위해 여러 가지를 생각해주신다.”
장준원은 야구를 시작했을 때부터 유격수를 꿈꿨다. 애초에 ‘수비를 가장 잘하는 선수’가 되는 게 목표였다. 중학교까지는 외소한 체격으로 인해 유격수로 뛰지 못했지만, 고등학교 때 찾아온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처음 야구를 시작한 초등학교 3학년부터 유격수를 하고 싶었다. 그런데 중학교를 다닐 때까지만 해도 체격이 많이 외소 했다. 중학생 때는 송구가 1루까지 가지 않아서 2루수를 많이 했다. 체격이 커진 고등학교 1학년부터 유격수를 본격적으로 봤다. 유격수가 수비에 꽃이라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기본적으로 수비를 가장 잘하는 선수가 유격수를 본다. 그래서 더 유격수를 하고 싶었다. 내가 팀에서 수비를 가장 잘하는 선수로 인정받고 싶다. 어깨가 좋으니까 3루수나 외야수를 해보라는 이야기도 많이 들었는데 나는 유격수가 더 좋다. 요즘에는 타석에서 홈런이나 안타를 칠 때보다 다이빙 캐치를 할 때 희열이 더 강하다. 수비에서 파인플레이 하는 게 더 짜릿하다. 유격수는 수비부터 갖춰야 한다. 수비부터 갖추고 타격도 잘 되어야 한다.”
장준원의 우상은 데릭 지터와 안드렐톤 시몬스다. 최근에는 시몬스의 플레이를 보면서 꿈을 키우고 있다. 메이저리그 골드글러브 유격수의 플레이 하나하나가 커다란 자극제가 되고 있다.
“어렸을 때는 데릭 지터를 존경했다. 프로에 와서는 시몬스를 꾸준히 보고 있다. 나도 어깨가 장점이다 보니까, 시몬스의 수비를 지켜보게 된다. 시몬스처럼, ‘한국 유격수 중 어깨는 장준원이 최고다’라는 말을 듣고 싶다. 시몬스는 상상도 못한 플레이를 해낸다. 시몬스 수비 하나하나가 내게는 큰 자극이 된다. 물론 당장 시몬스처럼 할 수는 없다. 유격수는 잘 하면 쉽지만, 안 될 때는 뭘 해도 안 된다. 주자들은 빠르고 공은 어디로 튈지 모른다. 그럼에도 모든 타구를 한 번에 처리해야한다. 모든 상황을 다 파악해야 제대로 된 수비를 할 수 있다. 지터도 마이너리그 시절 유격수로 올라서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렸다고 들었다. 앞으로 유격수를 하면서 힘든 일이 있겠지만, 절대 포기할 수는 없다.”
그러면서 장준원은 자신을 여기까지 이끌어준 지도자들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좋은 감독과 코치들을 만났기 때문에 유격수의 꿈을 이어가고 있다고 밝혔다.
“지금까지 정말 좋은 감독님과 코치님들을 만나왔다. 운이 따랐다. 초등학교 때부터 수비를 잘 가르쳐 주시는 감독님을 만났다. 초등학교때 지도해주신 박지환 감독님이 유격수 출신이시다. 중학교, 고등학교 코치님도 수비 기본기를 정말 중요시 여기셨다. 프로에 와서는 박종호 코치님이 훈련을 많이 시켜주셨다. 개인적으로 불러서 일대일 훈련도 많이 했다. 지금 계시는 김우석 코치님도 그렇다.”

입단 동기인 김하성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자 경쟁의식을 보였다. 비록 지금은 김하성이 자신보다 많이 앞서 있지만, 언젠가는 김하성을 잡겠다고 다짐했다.
“하성이는 이미 1군에서 유격수로 굉장히 잘 하고 있다. 하성이를 신경 쓰지 않는다고 하면 거짓말일 것이다. 하성이가 잘 하고 있지만, 나도 때가 올 것이라 생각한다. 너무 급하게 생각하지는 않으려 한다. 지금은 하성이가 나보다 높은 위치에 있지만 언제든 바뀔 수 있다. 지금 나는 점을 찍어가는 단계다. 하루하루 열심히 하면서 조금씩 높은 곳에 점을 찍으려고 한다. 군대 갔다 와서 제대로 보여주고 싶다.”
장준원은 올 시즌 두 차례 잠실구장에서 1군과 함께 훈련했다. 그만큼 양상문 감독과 유지현 코치 모두 장준원의 성장세에 주목하고 있다. 장준원은 잠실구장 훈련이 차후 1군 무대에 적응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봤다.
“처음에 잠실구장에 연습하러 갔을 때는 긴장도 됐다. 그러나 2, 3번 1군에 올라가고 덕아웃에서 1군 선배님들과 함께하다보니 적응이 되는 것 같다. 아무 경험 없이 1군 경기에 나갔다면 긴장도 많이하고 얼었을 것이다. 이제는 1군 경기에 나가도 덜 긴장할 것 같다. 설렘도 느끼고 재미도 있을 것 같다. 만약 1군에서 뛴다면 재미있고 패기있게 뛰려고 노력할 것이다.”
장준원의 목표는 1군 무대 경험과 시즌 후 군입대다. 1군에서 조금이라도 자신의 장점을 보여준 후 군대부터 갔다 오기를 원한다. 현재 LG 구단은 9월 확장 엔트리 때 장준원의 1군 콜업을 염두에 두고 있다. 조만간 육성선수에서 등록선수로 바뀔 확률이 높다.
“지난해 경찰청에 지원했는데 실력이 안 돼서 뽑히지 못했다. 막상 경찰청에 가보니 1군 무대를 주름잡고 있는 선배님들이 계셨다. 딱 보고 안 되겠다 싶었다. 그래도 군대는 최대한 빨리 갔다 오고 싶다. 물론 내가 원한다고 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만약 올해 1군에 올라간다면, 적은 기회라고 해도 확실히 내 모습을 보여주려고 한다. 아직 부족한 점이 많지만, 이전보다 안정감 있고 정확한 수비하는 것을 증명하려 한다. (오)지환이 형을 보면서 많이 배운다. 요즘에는 바운드 처리나 포구에서 지환이형을 따라하고 있다. 1군에 가면 정말 많은 공부가 될 것 같다.”
마지막으로 장준원은 실수를 두려워하지 않는 유격수가 될 것을 다짐했다. 실수가 나와도 금방 만회한다는 정신으로 그라운드에 설 것을 강조했다.
“앞서 말했듯이 유격수 수비는 어렵다. 나중에 분명 내가 못해서 지는 경기도 나올 것이다. 그런데 내가 잘 해서 이기는 경기도 있을 것이다. 유격수 중 실책이 없는 선수는 없다. 결국 내가 실수해서 지는 경기보다 잘 해서 이기는 경기를 많이 만들면 된다. 실수를 줄이기 위해, 나로 인해 팀이 승리하기 위해 꾸준히 연습하겠다.” / drjose7@osen.co.kr
LG 트윈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