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지명을 받고 첫 해외로 나가는 길. 그들의 행선지는 지구 반대편에 있는 미국 애리조나였다. 입고 있는 유니폼조차도 낯선 상황에서 그들은 “1군에서 꼭 성공하자”라는 굳은 약속을 했다. 그리고 같은 날, 연이어 1군 무대 첫 안타를 때려내며 그 첫 걸음을 내딛었다. SK 야수진의 새 바람으로 평가되는 유서준(20)과 이진석(20)의 이야기다.
두 선수는 13일 인천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LG와의 경기에서 나란히 프로 데뷔 후 첫 안타를 때려냈다. 4-16으로 크게 뒤진 9회 2사 상황이었다. 이미 승부는 기운 상황. 그러나 이제 막 1군에 올라와 제한된 기회를 비집고 들어가야 하는 두 선수에게는 너무나도 소중한 타석이었다. 그 집중력은 생애 첫 안타라는 감격으로 연결됐다.
먼저 타석에 나선 이진석이 내야를 건너는 중전안타를 치고 나갔다. 프로 데뷔 후 첫 안타. 만약 이진석이 아웃이 됐다면 대기타석에서 준비하고 있었던 유서준은 기회를 잡지 못할 수 있었지만 동기의 집중력에 귀한 타석에 들어섰다. 그리고 유서준 또한 중전안타를 치며 두 선수가 나란히 루상에 서게 됐다. 이어 정의윤이 2점 홈런을 날리며 SK는 3점을 추격한 채 경기를 마칠 수 있었다.

홈런을 친 것 정의윤의 활약도 결정적이었지만 SK가 그래도 경기를 추격하는 흐름에서 끝낼 수 있었던 것은 이제 입단 2년차가 되는 두 신예의 덕이었던 셈이다. 유서준과 이진석은 나란히 지난 2014년 신인지명회의에서 SK의 지명을 받은 야수들이다. 유서준은 고교 시절부터 공·수·주 3박자를 모두 갖춘 선수로 주목을 받았다. 이진석은 프로 1군 선수들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는 발은 물론 타격에서도 잠재력이 크다는 호평을 받았다.
이런 두 선수는 이건욱 박규민과 함께 2013년 말 애리조나 교육리그에 가 경험을 쌓았다. 구단의 기대치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지난해에는 특별히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으나 성장세는 가팔랐고 결국 주전 선수들의 부상 및 부진 덕에 1군에 올라올 기회를 잡았다. 나란히 첫 1군 등록에서 첫 안타와 득점까지 기록했으니 출발은 나쁘지 않은 셈이다. 두 선수는 13일 경기 후 첫 안타 기념공까지 받으며 남다른 하루를 보냈다.
이진석은 “서준이와는 초등학교 때부터 야구를 같이 했던 사이다. 중·고등학교는 따로 나왔지만 프로에서 다시 만났다”라고 남다른 인연을 소개한 뒤 “그런 상황에서 같은 날 첫 안타를 기록하게 돼 더욱 뜻 깊다”라고 이야기했다. 유서준 또한 “이렇게 빨리 올라온 야수가 이재원 선배님 이후로 9년 만이라고 하더라”라면서 “이번 첫 안타를 시작으로 앞으로도 팀에 보탬이 되는 활약을 하고 싶다”며 두 신예의 당찬 각오를 대변했다.
아직 확실하게 1군 무대에 자리를 잡았다고 보기는 어렵다. 아마도 베테랑들이 부상에서 회복하면 자리를 잃고 다시 2군에 내려갈 수도 있다. 어쩌면 냉혹한 현실이다. 그러나 1군의 감격을 이룬 두 선수는 그 감격을 이어가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각오다.
유서준은 “꿈만 같고 정말 소중하다. 부모님이 기뻐해주시고 칭찬해주시니 앞으로 야구를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진석 또한 “한 경기, 한 경기가 두근대고 설렌다. 앞으로도 이런 마음을 잊지 않고 매 경기를 즐기며 후회없는 플레이를 펼치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2013년 가을 애리조나에서 꿈을 키웠던 두 선수가 이제는 인천으로 장소를 옮겨 그 꿈을 펼쳐 보이기 위한 본격적인 행보에 들어갔다. /skullboy@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