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칭스태프 개편으로 마운드 충격요법을 준 SK가 첫 경기부터 짜내기 승부를 벌이며 이전과는 다른 모습을 보여줬다. 공수에서 선수들이 최선을 다해 뛰었지만 3회 이후 침묵을 지킨 타선이 절실했던 1점을 내지 못했다.
SK는 15일 인천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두산과의 경기에서 4-5로 아쉽게 졌다. 0-2로 뒤진 3회 상대 실책에 편승해 4점을 내며 경기를 뒤집었지만 결국 4·5회에 1점씩을 내줘 동점을 허용했고 8회 유민상에게 결승 솔로포를 맞고 경기를 내줬다. 하지만 이날 SK는 불펜 운영에서 이전과는 다른 모습을 보여줬다. 필승조의 가동 시점과 교체 타이밍이 빨라졌고, 뒤지고 있는 상황에서도 막판 역전을 기대하며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않는 경기를 펼쳤다.
SK는 이날 경기를 앞두고 올 시즌 두 번째 코칭스태프 변경을 단행했다. 김경기 수석코치와 김상진 투수코치가 1군에서 물러났다. 두 코치가 딱히 잘못한 것은 없었다. 하지만 팀 분위기 쇄신을 위해 총대를 멘 셈이 됐다. 선수단 분위기를 다잡아 남은 43경기에서 역전의 분위기를 만들어보겠다는 의지였다. 그리고 이날 경기에서는 벤치도 평소보다 기민하게 움직이며 선수들에게 긴장감을 불어 넣었다.

이날 선발은 최근 어깨가 썩 좋지 않아 컨디션 조절에 애를 먹었던 윤희상이었다. 애당초 많은 이닝 소화가 어려웠다. 그리고 SK 벤치는 4-2로 앞선 4회 전유수를 올리며 일찌감치 불펜 총동원령을 내비쳤다. 5회에는 박민호가, 6회에는 박정배가, 7회에는 윤길현이, 8회에는 신재웅, 그리고 9회에는 이재영과 마무리 정우람까지 투입하는 강수를 썼다.
그 과정에서 윤길현이 4-4로 맞선 8회 유민상에게 솔로포를 허용했지만 SK는 1점을 붙잡기 위해 필승조를 모두 동원해 승리에 대한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뒤지고 있는 상황에서는 웬만하면 필승조를 내기 꺼려했던 이전과는 달라진 모습이었다. 일단 이런 구상은 성공을 거뒀다. 신재웅 이재영 정우람이 실점하지 않으며 9회 마지막 공격까지 1점차의 점수를 유지했다.
수비도 호수비로 도왔다. 4-4로 맞선 7회 1사 만루에서는 양의지의 타구를 2루수 최정민이 라인드라이브로 처리했고 로메로의 중전안타성 타구는 김강민이 전력질주해 슬라이딩 캐치로 처리, 사실상 2실점을 막아냈다. 이명기는 9회 김현수의 홈런성 타구를 담장 앞에서 점핑 캐치로 잡아내며 마운드를 든든하게 지원했다. 이재원은 8회 오현택과 14구 승부를 벌이고 내야땅볼을 친 이후에는 1루에 슬라이딩을 하는 등 투지를 선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1점이 나지 않았다. 마운드가 버티는 동안 동점 내지 역전까지 갔다면 SK의 오늘 전략은 완전히 승리를 거둘 수 있었다. 1점차라 타자들이 느끼는 거리감도 그다지 크지 않았다. 한 방이면 동점이었다. 그러나 한 방이 없었다. 8회 2사 1,2루에서는 대타 안정광이 삼진으로 물러났다. 야수 엔트리를 모두 소진한 상황에서 이날 무릎이 좋지 않았던 정상호의 장타력 빈자리가 크게 느껴졌다.
SK는 9회 선두 김강민이 우전안타로 출루해 마지막까지 뒤집기를 노렸지만 막판 힘을 달렸다. 2사 2,3루에서 이재원이 삼진으로 물러났다. 마지막까지도 이재원은 그라운드를 뜨지 못했다. 하지만 이런 운영은 SK가 마지막까지 끈질긴 모습을 보일 수 있었던 원동력이 됐다. 적어도 팬들 앞에서 무기력한 경기는 하지 않았다. 팬들도 경기 종료 후 선수들에게 박수를 보냈다. 이날 경기가 달라지는 SK의 신호탄이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skullboy@osen.co.kr
인천=곽영래 기자 young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