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짱투' 박민호, SK 마운드 지원병 떴다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5.08.16 05: 59

재정비에 안간힘을 쓰고 있는 SK 마운드에 새 활력소가 뜰 수 있을까. 아직은 조심스럽지만 사이드암 박민호(23)가 그 대안이 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부상 및 부진 선수들이 속출하고 있는 SK 마운드에 젊은 피가 수혈될지도 관심사다.
박민호는 15일 인천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두산과의 경기에서 1이닝 동안 비교적 좋은 내용을 선보였다. 비록 승계주자에게 득점을 허용하며 퍼펙트 피칭을 하지는 못했지만 두산이 경기 흐름을 완전히 가져갈 수 있는 위기에서 잘 버티며 추후 팀이 끝까지 버틸 수 있는 원동력을 제공했다. 패배에도 박민호의 배짱투는 그나마 위안이었다.
상황은 4-3으로 앞선 5회였다. 이날 SK 선발 윤희상은 경기 전부터 어깨 상태가 썩 좋지 않아 어차피 많은 이닝을 소화할 예정은 아니었다. 윤희상은 생각보다 조금 이른 3회를 마치고 마운드를 내려갔고 전유수가 4회 마운드를 이어받았다. 그런데 5회 최주환과 김재호에게 연속안타를 허용하고 무사 1,2루에 몰렸다. 아직은 필승조 투수를 동원하기는 이른 시점. 누군가 한 명이 징검다리 역할을 해야 했고 SK 벤치의 선택은 박민호였다.

박민호는 첫 타자인 허경민에게 중전안타를 맞았다. 2루수 옆을 빠져 나가는 안타였다. 그렇게 무사 만루가 됐다. 코칭스태프 개편을 단행한 뒤 첫 경기라 SK로서는 이날 경기를 반드시 잡아야 한다는 나름대로의 압박감이 있는 상황. 이제 프로 2년차인 박민호에게는 부담스러울 수 있는 여건이었다. 그러나 심호흡을 깊게 한 박민호는 최악의 상황을 비교적 슬기롭게 넘기며 자신의 임무를 잘 해냈다.
정수빈을 커브로 헛스윙 삼진 처리하고 한숨을 돌린 박민호는 민병헌에게 볼넷을 내주며 밀어내기로 동점을 허용했다. 다만 제구가 안 된 것은 아니었다. 박민호와 이재원 배터리가 모두 진한 아쉬움을 토로했을 정도로 간발의 차이였다. 그러나 박민호는 흔들리지 않고 김현수를 투수 앞 병살타로 돌려세우며 SK에 기를 불어 넣었다. SK 마운드의 막내가 무사 만루의 위기를 1점으로 교환한 것이다. 평소보다 굳은 의지는 눈빛에서도 잘 드러났다.
사실 박민호로서는 올 시즌 들어 가장 긴박한 상황에서 등판한 경기였다. 스프링캠프 때 주목을 받았으나 줄곧 2군에 있었던 박민호는 고효준을 대신해 지난 7일 등록됐다. 그 후 보통 기운 경기의 마지막쯤 등판해 이닝을 소화하는 역할을 했다. 4경기에서 7이닝을 던지며 승패 없이 평균자책점 3.86을 기록했다.
그러나 박민호는 이런 궂은 보직에도 “1군에서 던질 수 있어 그것으로 기분이 좋다”라고 활짝 웃었다. 그리고 이날 가장 중요한 시기에 등판해 앞으로 중용될 수 있는 가능성을 선보였다. SK는 윤희상의 컨디션이 썩 좋지 않은 가운데 막판 지원병으로 관심을 모았던 백인식의 부상으로 롱릴리프 세력에 마땅한 대안을 찾지 못하고 있다. 구위가 많이 좋아졌다는 평가를 받는 고효준은 2군 결과만 놓고 봤을 때 조금 들쭉날쭉하다. 이런 상황에서 마운드 재정비가 필요한 SK로서는 충분히 참고할 수 있는 투구 내용이었다. /skullbo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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