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호, 이치로 이후 亞최고 야수 신인?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5.08.16 05: 49

불꽃 튀는 7월을 보낸 후 8월도 비교적 무난한 행보를 보이고 있는 강정호(28, 피츠버그)가 아시아 출신 메이저리그(MLB) 진출사의 한 페이지를 당당하게 장식할 수 있을까. 아직은 확답하기 이른 시점이지만 적어도 그 가능성은 가지고 있다. MLB를 놀라게 했던 스즈키 이치로(42, 마이애미) 이후 야수 최고 루키를 향해 한걸음씩 나아가고 있다.
규정타석의 벽을 돌파하며 이제 피츠버그의 주전 내야수로 공인되고 있는 강정호는 15일(이하 한국시간)까지 97경기에서 타율 2할9푼, 출루율 3할6푼3리, 장타율 0.448, OPS(출루율+장타율) 0.811을 기록하고 있다. ‘이달의 신인상’까지 휩쓸었던 7월의 무서운 기세가 8월 들어 약간 꺾인 모습이지만 그래도 큰 폭의 성적 하락은 없다. 전체적으로 기대 이상의 시즌을 보내고 있음이 드러난다.
이런 강정호의 활약상은 대체선수대비 승리기여도(WAR)에서 가장 잘 드러난다. 통계전문사이트인 팬그래프닷컴에 의하면 15일까지 강정호의 WAR은 3.1로 메이저리그 야수 중 전체 35위다. 유격수 중에서는 브랜든 크로포드(샌프란시스코, 3.8)에 이어 당당히 2위에 랭크되어 있다. 강타자들의 무대인 3루수로 따져도 9위에 해당되는 성적이다. 신인 자격을 가진 야수 중에서는 크리스 브라이언트(시카고 컵스, 4.1), 맷 더피(샌프란시스코, 3.7)에 이어 3위다.

그렇다면 역대 아시아 출신 신인 야수들의 WAR은 어땠을까. 일단 가장 좋았던 선수는 역시 MLB에 일대 폭풍을 몰고 왔었던 스즈키 이치로다. 이치로는 MLB 데뷔 시즌이었던 2001년 시애틀 소속으로 무려 6.0의 WAR을 기록했다. 이는 올스타급을 훨씬 넘어선다. 지금도 뛰고 있는 추신수(텍사스)는 신인 시절 적은 출전 기회로 WAR은 미약했다. 그나마 많은 타석을 소화하기 시작한 2008년 당시 WAR은 3.2였다.
역시 일본 무대를 평정하고 MLB로 간 마쓰이 히데키는 데뷔 시즌이었던 2003년 163경기에 뛰었음에도 0.2의 WAR을 기록하는 데 그쳤다. 마쓰이의 최고 WAR은 2004년 3.0이다. 하지만 이들은 모두 외야수라 강정호와는 같은 잣대에서 비교하기가 어렵다. 일본인 내야수들과 비교해야 하는데 강정호의 성적이 압도적이다.
가장 좋은 성적을 냈던 내야수는 2005년 시카고 화이트삭스에서 MLB 무대에 데뷔한 이구치 다다히토였다. 이구치는 당시 3.3의 WAR을 기록하며 WAR상으로는 괜찮은 데뷔 시즌을 치렀다. 2위는 2007년 탬파베이에서 데뷔한 이와무라 아키노리로 3.1이었다. 현재 강정호의 성적과 비슷한 이와무라는 대신 수비 부담이 강정호에 비해 다소 적었다는 점은 고려할 수 있다.
하지만 이처럼 성공적인 사례만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일본 최고의 내야수였던 마쓰이 가즈오는 2004년 뉴욕 메츠에서 114경기를 뛰며 0.4의 WAR을 기록했다. 2005년 LA 다저스에서 뛰었던 나카무라 노리히로는 -0.4를 기록한 뒤 MLB를 떠났고 2011년 니시오카 쓰요시는 -1.5, 2012년 가와사키 무네노리는 -0.3, 2013년 다나카 겐스케는 0을 기록했다. 중앙 내야수(유격수·2루수)는 아니지만 최희섭의 경우 2002년 시카고 컵스에서 -0.4의 WAR을 기록한 바 있다.
현재 강정호의 페이스라면 이구치의 기록을 뛰어 넘어 이치로 이후 아시아 최고 신인 야수에 도전할 만하다. 이구치는 2005년 당시 135경기에서 타율 2할7푼8리, OPS 0.780, 15홈런, 71타점을 기록하는 등 장타력에서 좋은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강정호도 지금 페이스라면 15홈런 이상을 때려낼 가능성은 충분히 남아 있다. 여기에 유격수로 꾸준히 출전한다는 것 또한 차별화를 보여줄 수 있다. 유격수로 성공하지 못한 이구치는 2루수로 뛰었다. /skullbo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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