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되 무너지지는 않는다. 두산 베어스 불펜이 접전에서 버티는 힘을 키워내고 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노경은(31)이 있다.
지난 12일 광주 KIA전 5회말에 윤명준이 김호령에게 3타점 3루타를 맞은 뒤로 두산 불펜은 15일 인천 SK전까지 13이닝 연속 무실점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15일에는 선발 허준혁이 3⅓이닝만 소화하고 물러났지만 불펜이 한 점도 주지 않고 경기를 끝까지 책임져 5-4 승리를 지켜냈다.
그러면서 한때 리그 최하위였던 불펜 평균자책점도 5.52까지 낮아져 순위가 8위로 올라갔다. 9위 kt와의 차이는 0.23이다. 선발진은 평균자책점 4.55(3위)로 여전히 강하다. 이 부문 선두인 NC와의 격차도 0.02에 불과해 언제든지 1위로 올라설 수 있다.

후반기 두산 불펜에 일어난 큰 변화를 두 가지 꼽자면 전반기 선발투수였던 진야곱의 보직 전환과 퓨처스리그에 있던 노경은의 합류다. 진야곱은 8월부터 본격적으로 구원 등판하기 시작했는데, 8월 7경기에서 7⅓이닝 4피안타 7탈삼진 3볼넷 무실점 호투하고 있다. 노경은도 1군 복귀 후 4경기 4⅓이닝 3피안타 2탈삼진 1볼넷 무실점.
노경은은 퓨처스리그에서 정신적으로 재무장한 것은 물론 폼도 바꿨다. 세트 포지션에서 글러브를 두던 위치를 좀 더 귀에 가깝게 가져갔다. 그러면서 폼이 전체적으로 바뀌었다. 1군에 올라오기 전 그는 "공을 놓을 때만 손이 보이게끔 한다. 그만큼 몸을 틀어야 하기 때문에 반동이 생겨 그 전에 맞아 나가던 공이 파울이나 내야 플라이, 포수 파울 플라이가 되고 있다"며 자신감을 내비친 바 있다.
이 자신감을 바탕으로 1군에서도 과감한 피칭을 계속하고 있다. "빠른 볼에 대한 자신감이 생겼다. 변화구도 구종은 그대로인데 폼이 와일드하게 바뀌면서 스타일이 다 변했다. 이제는 마운드에서 강인하게 공을 던지는 모습을 빨리 보여드리고 싶다"는 이야기도 했는데, 현재로서는 그 바람이 이뤄지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기존 투수들도 분발하고 있다. 전반기 5.56이던 함덕주의 평균자책점은 후반기 3.55로 개선됐다. 팀 내에서 좌타자를 가장 잘 막아주는 불펜투수다. 오현택과 이현승도 후반기 한 차례씩 대량 실점한 경기가 있기는 했지만 이후 충격에 빠지지 않고 제 자리로 돌아와 역투를 펼치고 있다. 전천후 불펜 이현호와 임시 선발이 된 이재우도 빼놓을 수 없다.
이렇게 여러 투수들이 고르게 힘을 보태고 있지만 역시 노경은의 자신감 회복이 불펜에 생긴 가장 큰 힘이다. 김태형 감독 역시 15일 경기 직후 "(노)경은이가 마운드에서 점점 자신감을 찾아가는 모습이 다른 투수들에게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노경은이 불펜 전체에 에너지를 불어넣고 있다는 점을 언급했다.
16일 경기에서도 두산 불펜은 바쁘다. 김 감독은 선발 이재우의 한계 투구 수를 6~70개 정도로 보고 있다. 선발보다는 첫 번째로 나가는 투수라는 느낌이 강하다. "빨리 물러날 경우 20개 정도만 던지고 내려올 수도 있다"고 했을 만큼 불펜의 조기 가동이 예상된다. 전날 경기에 나서지 않은 이현호를 비롯한 여러 불펜투수들이 키를 쥐고 있다. "(1군에 올라가면) 매일 나가라고 해도 웃으면서 나갈 것 같다"고 했던 노경은도 준비되어 있다. /nick@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