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자는 솔직하다] ‘내가 적임자’ 타순별 최고 선수는?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5.08.16 06: 00

타순은 벤치의 경기 구상과도 같다. 어느 선수를 어느 타순에 배치시키느냐에 따라 경기 양상을 사뭇 바꿔놓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대개 선수들은 자신이 선호하는 타순, 그리고 앞뒤의 선수가 있기 마련이다. 기계가 아닌 이상 당연한 일이다.
그렇다면 올 시즌 타순별 최고의 선수는 누구일까. 15일까지 규정타석을 채운 선수로 살펴보니 비교적 흥미로운 결과가 보인다. ‘돌격 대장’이 되어야 할 리드오프 타순은 구자욱(삼성)이 3할8푼7리의 타율로 가장 높았다. 다만 구자욱은 1번에서 151타석을 소화했다. 250타석 이상을 소화한 ‘불박이 리드오프’로 범주를 좁혀보면 이용규(한화)가 3할3푼2리, 민병헌(두산)이 3할3푼, 이명기(SK)가 3할2푼7리로 5리 차이의 1위 싸움을 벌이고 있다. 이 중 이용규는 4할1푼7리의 출루율로 1위를 기록했다. 빠른 발까지 갖춰 올 시즌 최고 리드오프라고 평가할 만하다.
리드오프와 중심타선의 연결고리가 되는 2번 타순은 100타석 이상을 소화한 선수가 단 8명, 150타석 이상은 4명밖에 없다. 그만큼 상위타선 중에서는 감독들이 자주 바꾸는 타순이라고 볼 수 있다. 150타석 이상 중 최고의 타율은 이대형(kt)으로 168타석에서 3할5푼2리를 기록했다. 그 뒤를 박해민(삼성, 0.301) 김종호(NC, 0.300) 정수빈(두산, 0.266)이 따랐다. 김종호는 2번 타석이 가장 많았다(357타석).

MLB식으로 보면 각 팀의 최고 타자들이 위치해 있어야 할 3번 타순에는 200타석 이상을 소화한 선수가 7명이었다. 이 중 최고 타율은 정근우(한화)로 3할8푼4리였다. 그 뒤를 김현수(두산, 0.328) 박용택(LG, 0.324) 야마이코 나바로(삼성, 0.323) 브렛 필(KIA, 0.323) 나성범(NC, 0.304) 황재균(롯데, 0.290)이 따랐다. 장타력과 득점권 타율 등 이런 저런 요소를 다 살피면 모두가 최고 자리를 욕심낼 정도로 가장 경합이 치열한 타순이다.
클린업 타순인 4번은 미리 예상할 수 있는 것처럼 에릭 테임즈(NC)와 박병호(넥센)의 싸움이었다. 더 이상의 설명은 생략해도 좋을 타순. 이들의 뒤를 받치는 5번 타순은 200타석 이상 소화를 기준으로 유한준(넥센, 0.359)의 타율이 가장 높았다. 올 시즌 타격 전 부문에서 좋은 활약을 펼치고 있는 선수이니 이 타순에서도 가장 꼭대기에 올려놓을 만하다. 박석민(삼성, 0.328) 강민호(롯데, 0.323) 오재원(두산, 0.315)의 활약도 좋았다. 강민호는 5번 타순에서만 19개의 대포를 쏘아 올려 이 부문 최다다.
최근에는 중심타선의 끝자락으로 보기도 하는 6번은 이승엽(삼성)이 최고였다. 이승엽의 6번 타순 타율(.368)과 홈런(20개)는 압도적인 1위였다. 김민성(넥센)이 6번 타순에서 177타석을 소화한 가운데 3할의 타율로 역시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7번은 워낙 들락날락거린 선수들이 많아 유의미한 타석을 소화한 선수를 고르기가 애매하다. 그나마 175타석에서 타율 3할3푼6리를 기록한 박해민, 6번 타순에서 가장 많은 홈런(7개)을 쳐낸 박경수(kt) 152타석에서 3할2푼1리에 최고인 27타점을 수확한 윤석민(넥센)이 후보라고 할 만하다.
8번은 266타석에 들어선 김하성(넥센)과 268타석을 소화한 손시헌(NC) 외에는 규정타석 인원 중 100타석 이상을 소화한 선수가 하나도 없었다. 타격 성적은 김하성이 좋은 편. 9번에서는 ‘붙박이 9번’들인 김재호(두산, 3할2푼6리, 38타점) 김상수(삼성, 2할6푼8리, 42타점) 김태군(NC, 2할6푼, 33타점)이 눈에 들어오는 후보자들이다. /skullbo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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