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이 없어도 너무 없다. LG 트윈스 선발투수 류제국(32)이 험난한 2015시즌을 보내고 있다.
올 시즌 류제국의 성적은 17경기 95⅓이닝 3승 8패 평균자책점 4.91. 두 차례 대량실점 경기를 하면서 평균자책점이 4점대 후반이지만, 퀄리티스타트(6이닝 이상·3자책 이하) 8회, 퀄리티스타트 플러스(7이닝 이상·3자책 이하) 4회를 기록했다. 선발 등판한 16경기 중 반은 팀이 승리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준 것이다.
그럼에도 류제국은 지난 6월 10일 두산전 이후 67일, 11경기(10경기 선발 등판) 동안 선발승을 추가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 10번의 선발 등판에서 5번 퀄리티스타트를 기록했음에도 선발승은 전무하다.

팀 동료 우규민과 루카스가 퀄리티스타트 7회에 각각 6승과 7승을 올린 것을 생각하면 유독 류제국만 운이 없다. 리그 전체로 시선을 돌리면 문제는 더 심각하다. 한현희(9승) 탈보트(8승) 장원삼(8승) 송신영(7승) 정대현(5승) 등 많은 투수들이 류제국보다 적은 퀄리티스타트에 더 많은 승을 따냈다.
그만큼 류제국은 타선의 도움을 받지 못했다. 올 시즌 류제국이 선발 등판한 경기서 LG 타선은 한 경기 평균 2.13점을 뽑는 데 그쳤다. 그리고 6월 10일 이후부터는 1.60점으로 더 저조했다. 이 기간 동안 류제국은 리그에서 가장 득점지원이 낮은 선발투수로 자리하고 있다.
지난 15일 잠실 KIA전도 그랬다. LG 타선은 류제국이 7이닝 2실점하는 동안 1점도 뽑지 못했다. 이번에도 역시 양현종의 벽을 넘지 못했고, LG는 양현종에게 지난해 6월 7일부터 6연패에 빠졌다. 류제국은 올 시즌에만 세 차례 양현종과 선발 대결을 벌였다. 양현종 외에도 린드블럼과 세 차례 마주하는 등 유독 상대팀 에이스와 맞붙는 경우가 많았다.
-류 크라이? 2015시즌 선발투수 경기당 득점 지원(80이닝 이상 소화·낮은 순)-
레일리 1.91(QS 12회·6승)-유먼 1.94(QS 6회·4승)-윤희상 1.95(QS 6회·5승)-류제국 2.13(QS 8회·3승)-안영명 2.27(QS 2회·7승)-스틴슨 2.48(QS 10회·9승)-탈보트 2.59(QS 8회·8승)-정대현 2.70(QS 4회·5승)-소사 2.71(QS 11회·7승)-송승준 2.75(QS 9회·7승)-
류제국은 2013시즌 KBO리그 첫 해만 해도 승리의 아이콘이었다. 당시 20경기 111⅔이닝을 소화했고, 12승 2패 평균자책점 3.87로 맹활약했다. 승률 85.7%로 리그 승률왕을 차지했다. 퀄리티스타트는 8번 기록했는데, 퀄리티스타트보다 선발승이 많았다. 경기당 득점 지원도 3.75점이나 됐다.
그러나 이듬해부터 정반대의 길을 걷고 있다. 2014시즌 류제국은 첫 승을 올리기까지 9경기 53일이 필요했다. 그래도 9월 10일 KIA전 선발승으로 시즌 9승, 2년 연속 두 자릿수 승을 이루는 듯했다. 하지만 다음 등판인 10월 5일 넥센전에서 7이닝 3실점 호투에도 불펜진이 리드를 지키지 못해 10승에 실패했다. 어쩌면 류제국의 지독한 불운은 작년부터 시작된 것인지도 모른다.
물론 선발승으로 선발투수의 능력을 평가하는 데에는 무리가 있다. 최근 메이저리그의 경우, 사이영 수상자를 판가름하는 데 있어 다승보다는 이닝과 평균자책점에 가치를 높게 부여한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아직도 많은 지도자들이 선발승에 큰 비중을 둔다. 외국인선수의 경우, 선발승 하나당 인센티브를 받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한국선수들의 연봉고과산정서도 선발승이 차지하는 비중은 상당하다.
LG는 시즌 종료까지 37경기를 남겨두고 있다. 이 중 류제국은 7경기 정도 선발 등판한다. 남은 경기서 거의 전승을 하지 않는 이상, 류제국의 두 자릿수 선발승은 요원해 보인다. / drjose7@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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