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중일 삼성 감독의 '신의 한 수'가 빛났다. 류중일 감독은 한화와의 포항 2연전서 상대의 허를 찌르는 작전을 선보이며 승리를 이끌었다. '야신'이라 불리던 김성근 한화 감독도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 밖에 없었다.
삼성은 15일 경기에서 재치 넘치는 작전을 앞세워 한화의 공격 흐름을 끊었다. 2-2로 맞선 한화의 6회초 공격. 선두 타자 정현석이 중전 안타로 출루했다. 대타 주현상은 보내기 번트를 시도하자 1루수 채태인은 이를 대비하기 위해 전진 수비를 했다. 포수 이흥련은 차우찬의 1구째를 잡은 뒤 1루로 재빨리 송구했다. 그사이 2루수 야마이코 나바로가 1루 베이스 커버를 들어갔고 정현석은 견제 아웃되고 말았다.

이날 경기 중계를 맡았던 이용철 KBS 해설 위원은 "(1루 주자) 정현석이 채태인만 의식한 나머지 나바로를 생각하지 못했다. 상대가 번트를 댈 것이라 확신을 갖고 작전을 펼친 것 같다"고 평가했다. 삼성은 7회 1사 1,2루서 나바로와 최형우의 연속 적시타를 앞세워 5-4 역전 드라마를 연출했다.
16일 경기에서도 류중일 감독의 승부수는 조금의 어긋남도 없었다. 1-4로 뒤진 삼성의 8회말 공격. 구자욱의 볼넷과 박해민의 중전 안타를 바탕으로 1사 1,3루 추격 기회를 마련했다. 나바로의 우전 안타 때 구자욱은 여유있게 홈인. 곧이어 최형우도 한화 두 번째 투수 권혁과 풀카운트 접전 끝에 볼넷을 얻는데 성공했다. 1사 만루서 이흥련이 2루수 인필드 플라이로 물러나 천금같은 기회가 무산되는 듯 했지만 박찬도가 밀어내기 볼넷을 고르며 3-4까지 턱밑 추격했다.
삼성 벤치는 최형우 대신 최선호를 대주자로 기용하는 승부수를 띄웠다. 박한이는 권혁의 2구째를 가볍게 잡아 당겨 우전 안타를 만들어냈다. 3루 주자 나바로에 이어 2루 주자 최선호까지 홈을 밟았다. 5-4. 최선호가 아닌 최형우였다면 홈에서 아웃됐을지도 모른다. 곧이어 이지영이 좌익선상을 타고 흐르는 1타점 2루타를 때려 쐐기를 박았다. 삼성은 한화를 이틀 연속 꺾고 단독 선두를 굳건히 했다.
류중일 감독은 최근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푸념을 늘어 놓은 적이 있다. '작전이 많지 않다'는 비판을 들을 때마다 속상하다는 게 요지다. 평소 선수들을 믿고 맡기는 편인 류중일 감독은 본의 아니게 '관중일'이라는 오명까지 얻게 됐다. 이에 류중일 감독은 "작전이 많으면 명감독이고 적으면 아닌가"라며 "작전은 라인업에 따라 달라진다. 우리 타순을 보면 나바로, 최형우, 박석민, 이승엽, 채태인 등 누구한테 작전을 내겠는가"라고 반문했다.
류중일 감독은 한화와의 대결을 통해 '관중일'이라는 오명을 잠재우며 지략가의 위용을 다시 한 번 드러냈다. 이번 2연전은 여러모로 소득이 많은 경기였다. /wha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