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을 빠르게만 던질 줄 아는 투수였는데…".
한화 외국인 투수 에스밀 로저스(30)가 KBO리그 최고의 주목을 받고 있다. 데뷔전 완투승에 이어 완봉승까지 KBO리그 최초로 데뷔 2경기 연속 완투의 역사를 쓴 로저스는 지난 16일 포항 삼성전에서도 7⅓이닝 5피안타 5볼넷 1사구 8탈삼진 4실점으로 역투했다. 7회까지 1실점 위력투였다. 데뷔 3경기 2승 평균자책점 1.78로 거액의 특급 외인 투수다운 위력을 뽐내고 있다.
한화 외국인 타자 제이크 폭스(33)도 로저스와 남다른 인연이 있었다. 16일 포항 삼성전을 앞두고 85일 만에 1군으로 복귀한 그는 이날 선발 로저스와 인연을 소개했다. "도미니카 윈터리그에서 로저스와 함께 뛴 적이 있다. 2008년쯤에는 포수로 로저스의 공을 받아본 적도 있다"는 게 폭스의 말. 김성근 감독도 "어쩐지 둘이 대전에서 만나자마자 떠들더라. 이 사실을 진작 알았다면 함께 배터리를 시켰을 텐데"라고 농담했다.

폭스의 기억대로 2008년부터 2010년까지 두 선수는 도미니카 윈터리그의 '티그레스 델 리세이(Tigres del Licey)'에서 한솥밥을 먹었다. 2008년에는 한화 출신의 펠릭스 피에, 데니 바티스타, 오넬리 페레스, 그리고 두산 에이스 더스틴 니퍼트가 같은 팀이었다. 2010년에는 현재 삼성에서 뛰고 있는 야마이코 나바로와 알프레도 피가로가 팀메이트로 함께 한 바 있다.
폭스는 "2008년 로저스는 윈터리그 첫 해 루키였다. 당시에는 어릴 때라서 그런지 공을 빠르게만 던질 줄 아는 투수였다"고 기억을 떠올린 뒤 "지금은 변화구도 3개 정도 마음껏 던질 정도로 좋아졌다. 확실히 좋은 투수가 된 것 같다"고 말했다. 당시 포수를 겸했던 폭스의 기억에 로저스는 공만 빠른 투수였지만, 이제는 슬라이더·커브·체인지업을 자유자재로 구사한다.
실제로 KBO 데뷔 3경기에서 로저스는 최고 156km 패스트볼이 151개로 전체 347구 중 비율이 43.5%에 불과하다. 오히려 패스트볼보다는 슬라이더(89개·25.6%) 커브(85개·24.5%) 체인지업(22개·6.3%) 등 변화구의 비율이 높다. 고속 슬라이더와 높은 각도에서 떨어지는 커브· 체인지업의 위력이 일품이다. 선발투수로서 다양한 구종으로 완급 조절을 잘하고 있다.
폭스가 기억하는 로저스와 지금의 로저스가 일치하는 것도 있다. 폭스는 "로저스는 항상 웃음기를 띠고 있다. 인생을 즐기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로저스 같은 선수가 있음으로써 팀 전체가 긴장을 풀 수 있고, 분위기도 부드러워져 팀에 좋은 영향을 미친다"고 강조했다. 로저스는 압도적인 실력만큼이나 모나지 않은 성격과 친화력으로 한화 선수들의 마음을 샀다.

한편 허벅지 부상으로 3개월을 재활한 폭스는 "생각한 것보다 빨리 돌아오지 못해 힘들었다. 그래도 몸 상태가 회복돼 다시 야구를 할 수 있다는 것에 행복하다. 야구인생에서 가장 열심히 훈련한 시간이었고, 이를 통해 몸 상태가 완전히 올라와 있다. 시즌이 얼마 남지 않았지만 좋은 결과를 내서 포스트시즌 진출에 도움이 되고 싶다. 외야수든 포수든 1루수든 감독님이 필요로 하는 자리에서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