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이야, 올해 100안타 칠 수 있겠나?".
16일 포항구장. 한화와 홈경기를 앞둔 삼성 류중일 감독이 덕아웃에서 외야수 박한이(36)를 보고 한마디 툭 던졌다. 류 감독은 "기록이라는 건 어차피 깨지라고 있는 것이다. 기록에는 너무 욕심 내지마라. 욕심내면 너만 힘들어진다"고 조언을 건넸다. 박한이는 말없이 슬며시 웃으며 류 감독의 이야기를 들었다.
2001년 프로 데뷔한 박한이는 지난해까지 14년 연속 세 자릿수 안타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1993년부터 2008년까지 16년 연속 세 자릿수 안타로 이 부문 최다 연속 기록을 갖고 있는 양준혁에 이어 두 번째에 해당한다. 올해 포함 앞으로 3년 더 100안타 이상 때리면 양준혁을 넘어 KBO리그 최초의 기록을 쓰게 된다.

그러나 올해 최대 위기를 맞았다. 57경기에서 69개의 안타를 치고 있는데 남은 37경기에서 31개를 쳐야 100안타 연속 기록이 가능하다. 수치상으로 가능하지만 장담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올해 옆구리와 갈비뼈를 차례로 다치며 50경기를 결장한 여파가 크다. 데뷔 후 매년 110경기 이상 출장한 박한이에게는 첫 경험이다.
가장 애착을 갖고 있는 기록이기 때문에 신경 쓰지 않을 수가 없다. 이에 류중일 감독이 그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한마디 한 것이다. 박한이도 "경기수가 많이 남지 않았고, 쳐야 할 안타가 적지 않다. 감독님도 걱정하시는 마음으로 농담 삼아 말씀하신 듯하다"고 말했다.
쉽지 않은 상황이기에 박한이 스스로도 100안타를 치지 못할 상황을 가정하고 있다. 그래도 그에게는 또 하나의 의미 있는 기록이 기다리고 있으니 통산 2000안타다. 데뷔 후 15년 통산 1881개의 안타로 대망의 2000안타까지는 119개가 남아있다. 제한이 있는 연속 기록에 비해서는 심리적인 부담감도 덜하다.
박한이는 "만약 올해 100안타를 치지 못하면 너무 허무할 것 같다. 그래도 내게는 2000안타가 있다. 100안타를 못해도 그나마 위안 삼을 수 있는 2000안타가 있다는 점에서 또 다른 목표를 가질 수 있다"고 말했다. 역대 KBO리그의 2000안타는 양준혁(2318개) 장성호(2097개) 이병규(2037개) 전준호(2018개) 홍성흔(2012개) 등 5명만이 달성했다.
그래도 가장 최상의 시나리오는 올해 15년 연속 세 자릿수 안타를 이어가며 내년에 2000안타를 치는 것이다. 16일 한화전 8회 2타점 역전 결승타로 복귀 첫 안타를 장식한 것은 그래서 의미가 크다. 박한이는 "복귀 후 경기 감각이 없어 힘들었다. 적극적으로 치려는 욕심으로 잘되지 않았다"며 "그래도 복귀 첫 안타를 결승타로 친 게 의미가 크다. 다음 주부터 타격 페이스가 점점 더 나아질 것이다"고 자신했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