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려줄 만큼 기다려줬다".
한화는 지난 16일 포항 삼성전을 앞두고 1군 엔트리에 변화를 줬다. 외국인 타자 제이크 폭스와 고동진이 올라오며 외야수 장운호(21), 내야수 주현상(23)을 2군으로 내려 보냈다. 지난달부터 붙박이 주전으로 기용된 신예 장운호와 주현상을 동시에 2군으로 보낸 데에는 김성근 감독의 메시지가 있었다.
김성근 감독은 두 선수의 2군행에 대해 "기다릴 만큼 기다려줬다. 그런데 (기량이) 안 올라왔다"고 냉정하게 대답했다. 두 선수에게 1군에서 충분한 기회를 줬지만, 김 감독의 기대치를 충족시키지 못했다. 주축 선수들의 부상으로 주전 기회를 얻은 두 선수에게 강한 자극을 주겠다는 의미도 있다.

김 감독은 "장운호와 주현상 모두 수비는 잘했지만 타격이 문제였다. 확실한 자기 타격 폼을 갖고 해야 하는데 폼이 전혀 없다. 2군에서 스윙 스피드도 키우고, 밸런스도 찾아야 한다"며 "수비를 잘해도 오더를 보면 7-8-9번이 죽어있었다. 하위타선이 제대로 돌아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장운호는 6월23일 이후 54일 만에 2군으로 내려갔다. 1군 39경기에서 113타수 29안타 타율 2할5푼7리 2홈런 8타점 5도루를 기록했다. 이용규가 종아리 부상으로 빠진 8월부터는 중견수 수비를 맡았다. 그러나 8월 13경기 타율 2할2푼 2타점으로 타격 페이스가 눈에 띄게 떨어졌다.
주현상은 5월13일 이후로 무려 95일 만에 2군행 통보를 받았다. 송광민·김회성의 부상으로 6월 중순부터 주전 3루수로 중용됐다. 시즌 성적은 87경기 204타수 44안타 타율 2할1푼6리 11타점. 신인이라고는 느껴지지 않을 안정감 있는 3루 수비에 비해 타격이 저조한 게 문제였다.
김성근 감독은 기본적으로 공격보다 수비에 비중을 두고 방어적인 야구를 하는 스타일이다. 장운호는 중견수, 주현상은 3루수로 수비에서는 뛰어난 존재였다. 팀의 미래를 책임질 유망주이기도 하다. 그런 두 선수를 같은 날 2군으로 보낸 것은 김성근 감독으로서는 결단이었다.
김 감독은 "둘 다 번트도 제대로 못 댔다"며 작전을 수행하는 능력과 집중력에 있어서도 아쉬움을 내비쳤다. 그러면서 그는 "감독이 너무 착해서 그렇다"는 말로 자책했다. 이제 부상 선수들이 하나둘씩 돌아온 상황, 더 이상 젊은 선수들에게 관용을 베풀지만 않겠다는 의미다. /waw@osen.co.kr
장운호-주현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