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은 올해도 변함없이 선발야구를 하고 있다. 선발 평균자책점 2위(4.55)에 퀄리티 스타트는 60회로 가장 많다. 2위 두산(45회)에 비교해서도 얼마나 많은지 알 수 있다. 7이닝 이상으로 기준을 확대한 퀄리티 스타트 플러스도 34회로 압도적 1위. 최하위 한화(6회)에 5배 이상 많다.
알프레도 피가로와 윤성환이 팀 내 최다 12승을 올린 가운데 타일러 클로이드가 9승, 차우찬과 장원삼이 8승으로 선발 49승을 합작하고 있다. KBO리그 사상 최초로 선발 10승 투수 5명 탄생을 기대케 한다. 될 수 있는 한 선발투수에게 최대한 오래 던질 수 있는 기회를 주는 류중일 감독의 인내심이 반영된 결과다.
지난 15~16일 포항 한화전에서 삼성 선발야구의 원천이 어디에서 나오는지 확인됐다. 15일 경기 선발 차우찬은 6이닝 동안 123개의 공을 던지며 2실점으로 퀄리티 스타트했다. 경기 초반 극심한 제구 난조를 보이며 볼넷 6개로 고전했다. 투구수도 5회까지 113개였지만 꾸역꾸역 6회까지 던져 불펜투수들의 부담을 덜어줬다.

이튿날에는 피가로가 5회에만 집중타를 맞고 대거 4실점했다. 순식간에 역전을 허용하며 승부의 흐름이 한화 쪽으로 넘어갔지만 피가로는 7회까지 120개의 공을 던지며 마운드를 버텼다. 차우찬과 피가로 모두 승리투수는 되지 못했지만 삼성 타선이 경기 후반 집중력을 발휘해 역전했다. 불펜은 짧은 이닝을 힘 있게 잘 이어 던졌다.
류중일 감독은 웬만해서 선발투수를 5회가 끝나기 전에는 내리지 않는다. 5회를 못 채우고 내려간 것이 17번밖에 되지 않는다. 이 부문 리그 최다 한화(53회)를 비롯해 kt(51회) LG(35회) NC(33회) 넥센·롯데(32회) SK(30회) KIA(28회) 두산(24회) 등 다른 팀들과 차이가 크다. 초반에 흔들린다고 해서 쉽게 내리지 않고 이겨낼 수 있도록 맡긴다.
류중일 감독 성향은 3실점 이하 선발투수를 6회가 끝나기 전 강판하는 '퀵후크'에서도 잘 나타난다. 삼성의 퀵후크는 4차례인데 리그 최다 한화(58회) kt(44회) NC·LG(38회) 롯데(36회) KIA·SK(34회) 넥센(31회) 두산(24회) 등 다른 팀들에 비해 압도적으로 적다. 선발 자원이 다른 팀들에 비해 좋은 삼성이라고 해도 이 정도로 적은 건 대단한 인내심이다.
삼성은 선발이 640⅔이닝으로 경기당 평균 5.99이닝으로 6이닝에 육박한다. 선발은 최다 이닝이지만 구원은 307이닝으로 가장 적다. 예년에 비해 불펜의 양적으로나 질적으로나 풍부하지 못한 상황에서 선발투수들이 최대한 길게 끌어주며 부담을 줄이고 있다.
게다가 삼성은 선발투수의 4일 휴식 등판이 10번으로 넥센(9회)에 이어 두 번째 적다. 지난 14일 광주 KIA전에 정인욱이 임시로 시즌 첫 선발등판하며 차우찬·피가로에게 5일 휴식을 보장했다. 류 감독은 "차우찬·피가로가 이전 경기에서 공을 많이 던졌기 때문에 조금 더 휴식을 줘야 했다"고 설명했다. 비록 정인욱이 3이닝 9실점으로 무너져 크게 패했지만 길게 바라보고 적절히 쉬어가는 타이밍을 가졌다.
류중일 감독의 인내심이 뒷받침돼 순리대로 흘러가는 선발야구. 시즌이 갈수록 삼성이 강해지는 이유이자 원천이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