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시 선발로 나선 이현호(23, 두산 베어스)가 프로 데뷔 후 최고의 투구를 하며 첫 선발승을 따냈다.
이현호는 17일 인천 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2015 타이어뱅크 KBO리그' SK 와이번스와의 경기에 선발로 등판해 6이닝 1피안타 3탈삼진 1볼넷 무실점했다. 5회초 타선이 4득점하며 승리에 한 걸음 다가선 이현호는 마운드를 물러나는 순간까지 역투를 펼쳤고, 팀의 5-1 승리 속에 시즌 2승(무패)째를 올렸다. 자신의 데뷔 첫 선발승이기도 했다.
2회말까지 완벽에 가까운 피칭이 계속됐다. 공격적으로 승부하며 타자들을 누른 이현호는 1회말 세 타자를 모두 범타로 묶어 첫 이닝을 삼자범퇴로 출발했다. 2회말에는 2사에 포크볼을 이용해 김강민을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우는 등 또 한 번 삼자범퇴 이닝을 만들었다.

이현호의 호투는 계속 이어졌다. 3회말에도 선두 브라운을 힘으로 윽박지르며 삼진 처리한 것을 비롯해 세 타자를 모두 잡은 이현호는 타순이 한 바퀴 돌 동안 SK 타자들을 퍼펙트로 막았다. 3이닝 동안의 투구 수는 단 34개에 불과했다. 공격적인 피칭의 결과물이었다.
퍼펙트는 4회말에 깨졌다. 선두 이명기를 중전안타로 내보낸 것. 그러나 김성현의 희생번트를 시작으로 세 타자를 상대해 아웃카운트 하나씩을 얻어내며 무실점 행진은 이어갔다. 팀이 4득점해 어깨가 한결 가벼워진 5회말에는 1사에 김강민 타석에서 이날의 첫 볼넷을 내주기도 했지만 흔들리지 않고 앤드류 브라운과 박계현을 각각 우익수, 중견수 플라이로 엮어 승리 요건을 채웠다.
6회말에도 마운드에 오른 이현호는 플라이 3개로 다시 삼자범퇴를 해냈다. 투구 수가 적어 더 많은 이닝도 소화할 수 있었으나, 두산은 이현호가 불펜에서 활용되어야 하는 전력이라는 점을 고려해 75개밖에 던지지 않은 상태에서 노경은으로 교체했다. 이미 팀이 기대했던 이닝은 다 홀로 책임진 뒤였다.
선발로 던졌음에도 구속은 크게 줄지 않았다. 이날 이현호가 던진 포심 패스트볼의 최고 구속은 145km에 달했고, 지속적으로 140km 초, 중반의 공을 볼 수 있었다. 75구 중 빠른 볼 비율이 53개에 달할 정도로 정면승부를 펼쳤지만, 2스트라이크 이후에는 포크볼을 던져 타자들의 방망이 중심을 피해가는 선택도 눈에 띄었다.
처음으로 풀타임 시즌을 보내고 있는 이현호에게 지난 6월 개인적으로 이루고 싶은 것이 있냐고 물었을 때 그는 "올해 안에 선발승을 해보고 싶다"고 답한 적이 있었다. 선발투수들이 꾸준히 로테이션을 지켜 기회가 쉽게 오지는 않았지만, 이현호는 유희관의 일시적인 공백을 틈타 찾아온 소중한 선발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더 나은 선수가 되기 위한 소박한 목표 하나를 이룬 이현호의 앞날도 더욱 기대를 모으게 됐다. /nick@osen.co.kr
인천=김경섭 기자 greenfield@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