겁없는 루키 김원중, 박병호와 일기토 'K'
OSEN 이대호 기자
발행 2015.08.17 22: 03

롯데 자이언츠 마운드에 오랜만에 젊은피가 등장했다. 2012년 1차 지명선수인 우완 김원중(22)이 그 주인공이다.
김원중은 17일 목동구장에서 열린 넥센 히어로즈전에 팀의 3번째 투수로 5회 등판했다. 첫 타자 서건창을 유격수 직선타로 처리한 김원중은 고종욱을 삼진으로 솎아낸 뒤 유한준에게 볼넷을 내주긴 했지만 박병호를 삼진 처리했다. 6회에는 뜬공 하나와 땅볼 2개를 유도, 가볍게 3자범퇴로 자기 역할을 마쳤다.
지난 8일, 김원중은 대전 한화전에서 기다렸던 1군 데뷔전을 치렀다. 하지만 볼넷 2개와 안타 1개로 스스로 무너지면서 만루를 채운 뒤 마운드를 내려갔다. 마운드에 큰 힘을 불어넣어 줄 것이라는 기대를 등에 업고 등판한 김원중이지만 첫 등판의 중압감을 이겨내지 못했다.

김원중이 1군에서 처음으로 제대로 실력발휘를 한 것은 고작 사흘 전, 14일 수원 kt전이었다. 당시 김원중은 1이닝을 던지며 삼진 3개를 잡아내 깔끔하게 상대 타선을 봉쇄했다. 최고구속은 147km, 타자 무릎 높이에 들어오는 공도 일품이었지만 무엇보다 타자 몸쪽으로 던질만한 제구력과 담력이 있다는 게 고무적이었다.
17일 경기 역시 김원중의 가능성을 엿볼 수 있었다. 팀이 4-8로 끌려가던 가운데 마운드에 오른 김원중은 계속해서 스트라이크 존에 투구를 하는 공격적인 피칭을 했다. 투구수 28개 중 19개가 스트라이크, 볼이 9개를 기록했다. 특히 박병호와의 승부는 겁없는 루키의 모습을 잘 보여줬다.
이날 박병호는 3회 이재곤을 상대로 역전 만루포를 터트렸고, 4회 직전 타석에서도 좌익수 방면 안타로 타점을 추가한 상황이었다. 다른 투수였다면 승부를 피하고싶었을지 몰랐겠지만, 김원중은 스트라이크 존을 집중적으로 공략했다. 그것도 한가운데가 아니라 스트라이크 존 구석을 찌르는 제구력까지 보여줬다. 박병호를 상대로 던진 공 6개 가운데 볼은 1개였는데, 그마저도 스트라이크 존에서 공 반 개정도만 빠진 제구가 잘 된 공이었다.
박병호가 누군가. 3년 연속 홈런왕에 올해 역시 홈런 1위를 달리고 있는 거포다. 이날 김원중의 최고구속은 145km, 박병호가 치지 못할 스피드는 아니다. 그렇지만 김원중에게는 자신감과 깔끔한 투구폼이 있었다. 박병호와 정면승부를 펼친 끝에 느린 커브로 삼진을 잡아냈다.
이미 이종운 감독은 김원중을 등판상황까지 조절해가며 신중하게 키우겠다고 공언한 상황이다. 이제 막 1군에서 커리어를 시작한 햇병아리지만, 심장 만큼은 베테랑투수 못지 않았다. /cleanupp@osen.co.kr
목동=민경훈 기자 rum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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